의외의 재회: 뉴진스가 이어준 인연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10년의 시간이 한 번에 무너져내렸다. 카페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뉴진스의 'Hype Boy'가 내 기억의 문을 거칠게 열어젖혔다.
"이 노래 좋아하세요?" 옆자리에 앉은 여성이 물었다. 무심코 발을 까딱거리며 노래에 맞춰 흥얼거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는 순간, 세상이 정지했다. 민지. 열여덟의 마지막 여름에 헤어진 그 사람이었다.
"민지?" 내 입에서 그녀의 이름이 떨어지자, 그녀의 눈이 커졌다. 커피잔을 든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성준? 정말... 너였어?" 그녀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렸다. 세월이 가져다준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웃음소리는 여전히 내 기억 속 그대로였다.
우리는 그날 밤까지 이야기했다. 뉴진스의 음악을 배경으로, 10년의 간극을 메우며. 그녀는 음악 프로듀서가 되어 있었고, 나는 건축가였다. 시간은 우리를 다른 길로 인도했지만, 우리의 취향은 여전히 닮아 있었다.
"기억나? 고등학교 때 너랑 내가 꿈꿨던 미래." 그녀가 물었다. 물론 기억했다. 우리가 함께 음악을 만들고, 내가 설계한 공간에서 그녀의 음악이 울려 퍼지는 꿈. 하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 어렸고, 각자의 꿈을 좇기에 너무 바빴다.
"네가 보내준 마지막 플레이리스트, 아직도 가끔 들어." 내 고백에 그녀의 눈이 촉촉해졌다. "정말? 난 그게 널 붙잡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는데."
그녀의 휴대폰에서 또 다른 뉴진스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신기하게도 우리의 대화는 그 노래처럼 새로웠지만, 동시에 친숙했다. 마치 오래된 LP 레코드를 오랜만에 재생했을 때 느껴지는 그런 감각.
"뉴진스 좋아하게 된 이유가 뭐야?" 내가 물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그들의 음악이 새롭지만 어딘가 향수를 자극하잖아. 마치... 우리 같아." 그녀의 말에 가슴 한편이 따뜻해졌다. 그래, 우리는 서로에게 새로운 사람이 되어 있었지만, 동시에 가장 오래된 기억이기도 했다.
그날 밤, 우리는 10년 전 헤어졌던 그 한강공원을 다시 찾았다. 스마트폰으로 뉴진스의 노래를 틀어놓고, 우리는 과거와 현재 사이의 다리를 걸었다. 이번에는 서로의 꿈을 응원하면서. 재회는 때로 이별보다 더 강력한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날 밤 나는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