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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데이트

우연한 재회, 그리고 특별한 데이트

버스 창문에 얼굴을 비추던 그 순간, 내 시선은 거울 속 과거와 마주쳤다. 빗방울 사이로 흐릿하게 비치는 건너편 카페에서 그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10년 만의 재회는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소연아, 맞지?" 그의 목소리는 달라진 것 없이 따뜻했다. 우산을 함께 쓰고 걷던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이 비와 함께 쏟아졌다. 민준이 내밀고 있는 우산 아래로 들어서자, 커피 향이 섞인 그의 향기가 익숙하게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오랜만이다. 여전히 비 오는 날이면 우산을 안 가져오는구나." 그의 웃음소리에 얼어붙었던 시간이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다. 카페 창가에 앉아 우리는 지난 10년을 압축해 서로에게 쏟아냈다. 그의 손가락은 머그잔 테두리를 따라 원을 그리며 움직였다. 예전에도 늘 그랬었지. 긴장할 때마다.

"내일 시간 돼? 데이트 신청해도 될까?" 질문이 던져졌을 때, 뜨거운 커피가 잠시 목에 걸렸다. 우리 사이에 남아있던 미해결된 감정들이 그대로였다는 듯, 심장은 불필요하게 빠르게 뛰었다.

다음 날, 그가 말한 데이트는 의외의 장소였다. 도시 곳곳을 누비며 우리는 10년 전 함께했던 장소들을 하나씩 방문했다. 처음 만났던 학교 앞 문방구, 고백했던 공원 벤치, 헤어졌던 버스 정류장. 각 장소마다 민준은 작은 편지를 꺼내 내게 건넸다.

"이건 뭐야?" 마지막 장소, 우리가 마지막으로 함께했던 영화관 앞에서 물었다.

"10년 동안 쓴 편지들이야. 보내지 못한." 그의 눈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가득했다. "매년 네 생일마다, 우리의 기념일마다, 널 그리워할 때마다."

편지들을 펼쳤을 때, 거기에는 우리가 놓쳐버린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편지에는 단 한 줄. "오늘, 다시 시작해도 될까?"

빗방울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산을 준비해왔다. 그가 웃으며 우산을 펼칠 때, 나는 깨달았다. 때로는 진정한 재회를 위해 긴 이별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리고 가장 완벽한 데이트는 화려한 장소가 아닌, 함께한 기억들을 되새기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같은 우산 아래, 하지만 이번에는 어디로 향하는지 알고 있었다. 우리의 새로운 장소를 만들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