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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보드게임

재회의 보드게임: 인생의 주사위를 다시 굴리다

그녀가 동창회장에 들어섰을 때, 시간은 마치 보드게임의 말처럼 스무 칸 뒤로 움직였다. 열여덟 살의 최지현이 서른여덟의 몸에 갇혀 있는 기분이었다. 연회장 구석에 놓인 낡은 '인생게임' 보드가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누군가 옛 교실에서 가져온 듯했다.

"지현아, 정말 너구나."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너무나 익숙했다. 돌아보니 민우가 서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이자, 마지막으로 본 지 정확히 20년이 된 사람. 그의 눈가에 생긴 주름만 아니라면, 여전히 열여덟 살 때와 같은 미소였다.

"오랜만이네... 보드게임 아직도 가지고 있었구나." 지현이 어색하게 말을 꺼냈다. 그때 손목시계의 초침 소리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들렸다. 틱, 틱, 틱.

민우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나 아니야. 근데 옛날 생각 나더라. 매일 점심시간마다 이거 하던 거." 그가 보드게임 쪽으로 걸어가자, 지현도 따라갔다. 손가락으로 게임판의 먼지를 털어내는 민우의 모습에서 과거의 그림자가 겹쳐 보였다.

"한 판 할래?" 민우의 제안에 지현은 망설였다. 인생게임. 그들이 마지막으로 함께 했던 그 날의 게임이었다. 주사위를 굴려 인생의 굴곡을 헤쳐나가는 단순한 게임. 하지만 그들에겐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테이블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은 각자 말을 골랐다. 민우는 항상 그랬듯 파란색, 지현은 빨간색. 오래된 습관은 20년의 시간도 지우지 못했다.

"시작은 내가 할게." 민우가 주사위를 굴렸다. 소리 없이 구르던 주사위가 멈췄다. 5. 그는 말을 다섯 칸 움직였다. '대학 진학' 칸에 도착했다. "난 서울대 경영학과로." 그가 웃으며 말했다.

지현의 차례. 그녀는 주사위를 손에 쥐고 잠시 망설였다. 마지막으로 이 게임을 했던 날, 그녀는 '해외 유학' 칸에 도착했고, 그날 밤 정말로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민우에게조차.

주사위가 구르고, 멈췄다. 3. '결혼' 칸에 말이 멈춰 섰다. 지현의 왼손 약지에는 반지가 없었다. 민우의 손도 마찬가지였다.

"이혼했어." 지현이 조용히 말했다. "삼 년 전에."

민우는 대답 대신 다시 주사위를 굴렸다. 6. '인생의 갈림길' 칸이었다. 그는 잠시 보드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알아? 보드게임과 인생의 차이점은 주사위를 다시 굴릴 수 있느냐 없느냐야."

지현은 그의 말에 깊은 울림을 느꼈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만났던 날, 민우는 고백했고, 지현은 대답 대신 도망쳤다. 그리고 20년. 그녀는 매일 밤 그때의 선택을 후회했다.

"그래서," 민우가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난 주사위를 다시 굴리려고 해." 그의 손이 테이블 위로 뻗어와 지현의 손을 감쌌다. 따스했다. "함께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지 않을래?"

지현의 눈에서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다. 시간은 게임판처럼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는 것은 가능했다. 그녀는 주사위를 손에 쥐었다.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인생이라는 보드게임에서, 그녀는 마침내 자신의 차례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