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재회, 찾아낸 사진
카메라가 찍히는 순간,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를 저질렀다. 후드를 깊이 눌러쓴 채 비 내리는 역 광장을 가로질러 그녀에게 다가갔을 때, 나는 그저 안부를 물으려 했을 뿐이었다. 15년 만의 재회였다.
"잠깐만요!" 낯선 여자의 외침에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플래시가 터지고, 그녀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환하게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 빗방울이 그녀의 눈썹 위에 맺혀 있었다. 우리 사이에 놓인 시간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것 같았다.
"미안해요, 스트리트 포토그래피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서..." 사진작가는 급히 사과했지만, 이미 유리가 깨진 것처럼 순간은 산산조각 났다.
세진은 내 눈을 똑바로 보며 물었다. "정말 우연이야?"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단했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는 우산을 접고 역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대로 서서 비를 맞았다. 우리의 재회는 3분도 채 되지 않았다.
일주일 후, 내 사무실 우편함에 봉투 하나가 도착했다. 발신인 없이. 그 안에는 사진 한 장과 쪽지가 들어 있었다.
'당신이 찍힌 사진을 보내드립니다. 가끔은 카메라가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포착하기도 합니다. - 사진작가 이수연'
사진 속에서 세진은 놀라움으로 눈을 크게 뜨고 있었지만, 내 모습은 더 충격적이었다. 후드 아래 가려진 내 얼굴에는 15년 동안 숨겨왔던 것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죄책감, 그리움, 그리고 결코 사라지지 않은 사랑. 카메라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사진 뒷면에는 다른 글씨체로 짧게 적혀 있었다.
'네가 떠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아. 커피 한 잔 할래? 토요일 2시, 옛날 그 카페에서. - 세진'
나는 사진을 지갑에 넣었다.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을 한 장의 사진이 말해주었다. 때로는 가장 진실된 재회는 말없이 찍힌 한 장의 사진 속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토요일까지 사흘이 남았다. 이번에는 후드를 벗고 그녀를 만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