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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생존

재회의 생존법칙

불이 꺼진 지하철역에서 이한과 마주쳤을 때, 나는 그가 이미 죽었다고 믿었던 남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열흘 전,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한 전자기 펄스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 전기가 끊기고, 물자가 부족해지고, 사람들은 짐승이 되어갔다.

"민지?" 그의 목소리는 쇳소리처럼 거칠었다. 손전등 불빛 아래 그의 얼굴은 핏자국과 먼지로 얼룩져 있었다. 한때 우리가 함께 꿈꾸던 미래가 무색하게도, 지금 우리의 유일한 목표는 생존이었다.

"살아있었네," 내가 말했다. 감정을 실을 여유조차 없었다. 이미 나는 너무 많은 '재회'를 경험했고, 그들 대부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이별'이 되었다.

이한은 무릎에 묶은 붕대를 만지작거렸다. "주변에 군인들이 있어. 물자를 모으고 있는 것 같아. 하지만 믿을 수는 없어."

우리는 말없이 배낭 속 남은 식량을 확인했다. 초콜릿 바 하나와 물 반 병. 둘이 나눠먹기에도 턱없이 부족했다. 하수구에서 흘러나오는 역한 냄새와 멀리서 들려오는 소음이 우리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생각해봤어," 이한이 갑자기 말했다. "우리가 예전에 헤어진 이유."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세상이 무너지는 지금, 3년 전 이별의 이유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금 그게 중요해?"

"중요해." 그의 눈빛이 진지했다. "나는 항상 미래만 생각했어. 안정, 성공, 그런 것들. 하지만 지금 깨달았어. 생존이란 건 그저 숨 쉬는 게 아니라, 무엇을 위해 숨 쉬느냐의 문제라는 걸."

멀리서 총성이 울렸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몸을 낮추었다. 이한의 손이 내 손을 찾았고, 나는 그것을 뿌리치지 않았다. 재회는 때로 단순한 만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특히 모든 것을 잃은 세상에서는.

"함께 가자," 이한이 속삭였다. "동쪽 해안에 군 기지가 있다고 들었어. 그곳까지 가면..."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하철 입구에서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군인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완전 무장한 모습은 구조대라기보다 사냥꾼 같았다.

이한은 내 손을 더 강하게 쥐었다.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깨달았다. 진정한 생존은 단지 숨 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숨 쉬는 것임을. 재회는 우리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었고, 이번에는 놓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손을 꼭 잡고 어둠 속으로 달렸다. 뒤에서 들려오는 고함소리와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지만, 우리의 발걸음은 더 빨라졌다. 생존은 때로 함께 달리는 것. 어쩌면 이것이 이 무너진 세상에서 찾은 유일한 진실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