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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 속 재회: 우리가 그린 세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열두 해 전에 떠나보낸 그의 목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서자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화면만이 푸른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빛 아래, 익숙한 뒷모습이 있었다.

"이게 얼마 만이지, 유진아?"

민호의 목소리는 여전했다. 깊고 부드러운, 마치 오래된 애니메이션 더빙 배우처럼 귀에 감기는 음색. 그가 의자를 돌려 마주했을 때, 컴퓨터 화면의 빛이 그의 얼굴 절반을 비추었다. 나머지 절반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딱 우리의 관계처럼.

"12년, 3개월, 17일." 나는 뱉듯이 말했다. 그가 웃었다. 내가 날짜를 세고 있었다는 사실이 우스웠을 테지.

민호의 컴퓨터 화면에는 미완성된 애니메이션 한 장면이 멈춰 있었다. 소녀가 벚꽃이 흩날리는 다리 위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장면. 우리의 이야기였다.

"계속해서 네 이야기를 그리고 있었어." 그가 말했다. "그날 약속 장소에 오지 않은 널 계속 그렸지. 12년 동안."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키며 그가 말을 이었다. "여전히 마지막 장면을 그리지 못했어. 소녀가 다리를 떠나는 장면, 혹은 그녀가 기다리던 사람이 나타나는 장면. 어느 쪽으로 끝내야 할지 모르겠어."

스튜디오 한쪽 벽에는 수십 개의 스케치가 붙어 있었다. 모두 같은 소녀, 같은 다리, 다른 계절, 다른 날씨, 그러나 언제나 기다림의 자세였다. 내 가슴이 무거워졌다.

"내가 오지 않은 게 아니야." 목소리가 떨렸다. "엄마의, 그러니까 내 양어머니의 병원 전화를 받았어. 막바지 암이었지."

민호의 눈이 커졌다. 12년 동안 그도 질문을 품고 살았을 것이다. 왜 그날 오지 않았는지, 왜 전화를 받지 않았는지, 왜 말없이 사라졌는지.

"그 후 엄마는 6개월을 더 버텼어. 독일로 치료를 받으러 갔지. 그리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리고 난 그곳에 머물렀어. 새 삶을 시작했어. 너에게 연락할 용기가 없었어."

민호는 말없이 컴퓨터 화면을 응시했다. 그의 애니메이션 속 벚꽃이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시간이 멈춘 그 장면에서도, 꽃잎만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와서 묻는 게 너무 늦었을까?"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네가 원하는 엔딩은 뭐야, 유진아?"

나는 잠시 그의 작업실을 둘러보았다. 우리가 십 대 때부터 꿈꿔왔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그는 혼자 이루어냈다. 벽에 붙은 포스터들, 수상 기록들, 그리고 수많은 밤을 새워 그렸을 스케치들.

"소녀가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돌아오는 엔딩은 어때?" 내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민호의 손가락이 마우스 위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 그가 새 레이어를 열었을 때, 나는 그의 눈가에 맺힌 미소를 보았다. 때로는 프레임이 멈춰있는 애니메이션처럼, 우리의 시간도 잠시 멈춰있었을 뿐, 다시 그려나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