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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여름

여름의 재회: 불가능한 만남

그녀는 죽은 사람들만 볼 수 있는 여름이 또 찾아왔다. 마치 계절이 그녀의 능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일 년 중 가장 생명력 넘치는 시기에 삶과 죽음의 경계가 가장 얇아진다. 나는 창문을 활짝 열었다. 후덥지근한 공기가 방 안으로 밀려들어왔고, 그와 함께 어머니의 모습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올해도 왔구나, 지현아." 어머니의 목소리는 매미 소리처럼 공기 속에 섞여 있었다. 5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는 매년 여름이면 내게 찾아오신다. 처음에는 환청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작년에는 할머니도 함께 오셨고, 올해는... 그가 왔다.

"오랜만이야." 현우의 목소리에 내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10년 전 교통사고로 떠난 첫사랑. 그의 웃는 얼굴은 내가 스무 살 때 기억하던 그대로였다. 시간은 그에게 멈춰 있었다.

"왜 이제 왔어?" 내 목소리가 떨렸다. 창밖에서는 매미들이 울어댔고,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아파트 벽을 타고 올라왔다. 선풍기 바람이 그의 윤곽을 흐트러뜨렸다.

"준비가 필요했어. 너를 만날 용기가..." 그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만날 용기라니.

우리는 밤새 이야기했다. 그가 지켜봤던 내 지난 10년의 삶, 내가 놓쳤던 그의 죽음 이후의 시간들. 이상하게도 대화는 자연스러웠다. 마치 어제 헤어진 연인처럼.

"네가 날 잊지 않아서 올 수 있었어." 그가 말했다. "기억은 우리 같은 존재들에겐 다리 같은 거야."

새벽녘, 창문으로 비치는 달빛 아래 그의 모습이 점점 희미해졌다. "가지 마." 내가 속삭였다.

"여름은 길어. 내일도 올게." 그의 약속에 웃음이 나왔다. 여름은 길지만, 결국 끝나는 법이니까.

아침이 되자 그는 사라졌다. 나는 달력을 보았다. 여름의 시작, 6월 1일. 앞으로 8월 말까지, 그와 재회할 수 있는 90일의 시간이 있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을이 오는 것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창가에 앉아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것을 느끼며 생각했다. 어쩌면 여름이 끝나도 그를 붙잡을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 기억 속에, 그리고 이 방 안의 더위처럼,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