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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여행

운명의 여행, 우연한 재회

비가 내리는 부다페스트의 좁은 골목길에서 나는 열 살 때 마지막으로 본 그녀를 다시 만났다. 우연이라기엔 너무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그녀가 손에 든 접힌 지도를 들여다보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은 20년 전과 다름없었다.

"혹시... 민지야?" 내 입에서 그 이름이 떨어지자 빗물에 젖은 그녀의 얼굴이 천천히 돌아왔다. 잠시 동안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지훈 오빠?"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갑자기 찾아온 기억에 짓눌린 듯했다. 비가 강해졌지만, 우리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로 서 있었다. 우산 아래로 흘러내리는 빗방울 소리만이 정적을 깨뜨렸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났던 날, 그녀의 가족은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작별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제 우리는 두 명의 낯선 어른이 되어 다뉴브강이 흐르는 도시에서 다시 마주하고 있었다.

"커피라도 마실래?" 내가 제안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따뜻한 카페 안에서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녀는 트래블 포토그래퍼가 되어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출장으로 이곳에 온 건축가였다. 우리의 여행 일정은 기묘하게도 많은 도시에서 겹쳤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다.

"믿기 힘들어," 그녀가 말했다. "내가 찍은 사진들 중에 네가 설계한 건물이 여러 개 있어. 우리는 계속 서로의 흔적을 따라다녔던 거야."

창밖으로 비가 그치고, 황금빛 햇살이 거리를 비추기 시작했다. 그녀의 카메라 롤을 함께 넘기며,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에 얼마나 가까이 있었는지 발견했다. 바르셀로나, 교토, 이스탄불... 같은 장소, 다른 시간.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가 동시에 같은 도시에 있었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옆 테이블에 앉아있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같은 거리를 걸었을지도. 우리는 여행의 모든 순간에서 재회할 수 있었지만, 운명은 오늘을 선택했다.

"내일 어디로 가?" 그녀가 물었다.

"프라하," 내가 대답했다.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나도."

때로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은 누군가를 찾아가는 길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걷는 길임을 그날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쩌면 모든 이별은 언젠가의 재회를 위한 준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