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한 재회: 아홉 개의 그림자가 만난 밤
하얀 안개 너머로 그녀가 나타났을 때, 나는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열 년 전 장례식장에서 마지막으로 본 그녀였으니까.
"지성아, 나 돌아왔어." 죽은 여자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선명했다. 겨울바람보다 차가운 그녀의 손가락이 내 뺨을 스쳤고, 그 순간 달콤한 라일락 향이 공기 중에 번졌다. 그녀가 살아있을 때 항상 뿌리던 그 향수였다.
우리가 다시 만난 곳은 도시 외곽의 버려진 천문대였다. 녹슨 망원경은 하늘이 아닌 바닥을 향해 있었고, 돔 형태의 천장에는 별자리 같은 검은 얼룩들이 퍼져 있었다. 달빛이 깨진 창문을 통해 스며들어 바닥에 희미한 오각형을 그리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거야?" 내 목소리는 떨렸다.
미연은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눈에는 별빛 같은 것이 반짝였다. "나도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어. 하지만 죽음은 끝이 아니었어, 지성아. 그건 그냥... 다른 차원으로의 문이었을 뿐이야."
그녀는 손목의 검은 문신을 보여주었다. 아홉 개의 작은 점이 서로 연결된 형태였다. "이건 '아홉 그림자의 인장'이라고 해. 우리가 대학 때 그 오래된 책에서 본 것 기억해? 그때는 그냥 호기심에 불과했지만..."
기억이 홍수처럼 밀려왔다. 대학 3학년, 우리는 도서관 지하실에서 우연히 가죽 표지의 고서를 발견했다. 사람들이 오컬트라 부르는 금기된 지식들. 호기심에 몇 페이지를 읽었을 뿐인데, 그날 밤부터 미연의 악몽이 시작되었다. 한 달 후, 그녀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미안해, 지성아. 내가 떠난 후에 네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하지만 이제 이해했어. 그 책, 그 의식... 그건 죽음을 초월하는 방법이었어. 나는 그것을 완성했고, 이제 너를 데리러 왔어."
미연의 눈동자가 점점 검게 변했다. 그녀의 피부 아래로 검은 실 같은 것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천문대 바닥의 오각형이 갑자기 붉은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함께 가자, 지성아. 저쪽 세계는 상상할 수 없이 아름다워. 네가 그리던 모든 것이 있어."
그녀의 손이 내게 뻗어왔다. 라일락 향이 점점 짙어졌다. 망설이던 내 손이 천천히 그녀를 향해 움직였다. 손끝이 거의 닿을 무렵, 나는 문득 그녀의 목에 걸린 펜던트를 발견했다. 내가 열아홉 생일에 선물했던, 그러나 장례식 때 그녀와 함께 묻혔어야 할 그 펜던트.
순간 깨달았다. 이것은 재회가 아니었다. 이것은 함정이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조용히 작은 거울을 꺼내들었다. 귀신은 거울에 비치지 않는다는 민간신앙은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적어도 오늘 밤, 이 천문대에서는.
거울 속에 비친 것은 미연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홉 개의 그림자가 뒤엉킨 형체없는 무언가였고, 그 가운데 진짜 미연이 갇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