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종이 울리는 이별
교실에 마지막으로 들어섰을 때, 그 공기는 이미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15년 동안 몸담았던 이 학교와의 이별이 이토록 무심하게 찾아올 줄은 몰랐다. 퇴직을 하루 앞둔 아침, 나는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다.
복도는 아직 학생들의 왁자한 소리로 채워지기 전이었다. 발자국 소리만이 빈 복도를 울리며 내 존재를 증명했다. 손끝으로 벽을 쓸며 걷다 보니 벽에 새겨진 작은 낙서들까지 눈에 들어왔다. '김민수 ♡ 이지영', '3반 화이팅', '급식 맛없어...'와 같은 아이들의 솔직한 흔적들. 한때는 이런 낙서들을 발견할 때마다 화를 냈었는데, 오늘은 이 모든 것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내 교실, 아니 이제는 '예전 내 교실'이라고 불러야 할 공간에 도착했다. 수십 번, 수백 번 열었던 문을 마지막으로 열면서 문고리의 감촉까지 기억에 담았다. 책상과 의자 30개가 정렬된 모습, 창문으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 칠판 앞에 놓인 내 책상까지. 모든 것이 평소와 같았지만, 오늘은 모든 것이 달랐다.
책상 위에는 꽃 한 송이와 편지가 놓여있었다. '정보경 선생님께'라고 적힌 봉투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선생님, 우리가 3-2반의 마지막 제자들이어서 행복합니다." 아이들은 내가 떠난다는 소식을 어떻게 알았을까. 목이 메었다. 편지 끝에는 31개의 서명이 빼곡했다. 잠깐, 우리 반은 30명인데... 마지막 서명을 보았다. '김민준, 10년 전 3반. 선생님, 저 의대 붙었습니다.'
창가로 걸어가 창문을 열었다. 운동장에서는 아침 체육수업이 시작되고 있었다. 빨간 트랙을 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태양 빛 아래 선명했다. 내가 이 학교에 처음 왔을 때도, 저렇게 아이들이 뛰고 있었다. 15년 동안 아이들은 졸업하고 새 아이들이 입학했지만, 운동장의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
책상 서랍을 하나씩 비우기 시작했다. 오래된 교과서들, 빛바랜 성적표들, 학생들이 준 작은 선물들... 각각의 물건에는 기억이 깃들어 있었다. 한 서랍에서 발견한 낡은 알림장. 첫 해에 사용했던 그것을 펼치자 떨리는 글씨체로 쓴 내 필기가 보였다.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자."
종소리가 울리고 교실은 아이들로 가득 찼다. 마지막 수업을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에요." 내 목소리가 흔들렸다. "여러분과 함께하는 마지막 수업이니까요."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과 인사를 나눈 후, 빈 교실에 혼자 남았다. 커튼이 바람에 나부꼈다. 마치 학교가 나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듯했다. 내 짐을 모두 챙겨 문 앞에 섰을 때, 마지막으로 교실을 둘러보았다. 이별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고 누군가 말했다. 문을 닫으며 생각했다. 이 학교는 나 없이도 내일 아침이면 다시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