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교실: 학교에서 배워버린 이별
폐교 예정인 모교의 교실 문을 열자마자 십 년 전의 내가 칠판 앞에 서 있었다. 방과 후 노을이 물든 교실, 그때의 나는 왜 그렇게 울고 있었을까.
학교 재개발 계획에 따라 내일이면 완전히 사라질 건물을 찾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먼지 쌓인 창틀에 햇빛이 걸려 일렁이고, 교실 뒤편에서는 낡은 시계가 여전히 틱톡거렸다. 시계 바늘은 5시 38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정확히 그때의 시간이었다.
책상을 스치는 손끝에서 과거의 감각이 되살아났다. 분필 가루 섞인 공기, 지우개 가루 냄새, 그리고 그날의 고백과 이별이 동시에 담긴 편지지의 질감. 내 첫사랑 민준이가 내게 건넨 편지에는 '좋아해. 하지만 미국으로 전학 간다'는 두 문장이 전부였다.
"선생님, 사랑과 이별은 왜 같은 날 찾아와요?"
빈 교실에 무심코 던진 질문이 메아리처럼 돌아왔다. 그날 담임선생님은 내게 뭐라고 말씀하셨더라. 기억나지 않았다. 대신 그날 이후 내가 십 년간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때마다 한 발짝 물러서 있었다는 사실만 선명했다.
창가에 놓인 화분은 이미 말라버렸지만, 그 틈에서 작은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교실 구석에 쌓인 연하장들 사이에서 낡은 앨범 하나를 발견했다. 표지에는 '3학년 2반 추억'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첫 페이지에 담임선생님의 글이 있었다.
"이별은 슬픔이 아니라 그 사람과 보낸 시간을 소중히 간직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란다. 학교에서 배우는 가장 중요한 수업 중 하나지."
창밖으로 노을이 완전히 져버릴 때까지 앨범을 넘겼다. 친구들과의 소풍, 체육대회, 그리고 민준이와 함께 찍은 학급 사진도 있었다. 그 사진 속에서 우리는 웃고 있었다. 이별을 알기 전의 순수한 행복이었다.
학교는 사라져도 그곳에서 배운 것들은 내 안에 영원히 남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교실을 나서며 마지막으로 돌아봤다. 칠판에 누군가—아마도 십 년 전의 내가—남긴 글씨가 희미하게 보였다.
"안녕"
이제야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학교에게, 첫사랑에게, 그리고 지나온 시간들에게. 건물은 사라져도 배움은 계속된다. 내일 아침, 새로운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에 처음으로 뒤돌아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