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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화장품

화장품으로 그린 재회

그녀의 화장대 서랍을 열었을 때, 나는 열 해 전 우리가 함께 나눈 약속이 아직도 살아있음을 알게 되었다. 빛바랜 파운데이션 하나, 다 쓴 립스틱 하나. 그것들은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그대로였다.

"그녀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을 버려도 좋아." 어머니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누나의 화장품들은 내가 가진 마지막 흔적이었다. 누나는 열아홉의 나이에 집을 떠났고, 그 누구도 그녀를 찾지 못했다.

파운데이션의 뚜껑을 열자 희미한 복숭아 향이 퍼졌다. 누나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민수야, 내가 이걸 바르면 어떤 모습일까?" 열다섯의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했었다. 누나의 화장에 관심을 가질 나이가 아니었으니까.

립스틱을 돌려 올리자 거의 다 닳아 있었지만, 붉은색은 여전히 선명했다. 누나가 첫 직장에 합격했을 때 샀던 것이다. "이건 축하의 의미로 샀어. 새로운 시작을 위해." 그 말을 한 다음 날, 누나는 사라졌다.

나는 서른이 되었고, 아직도 매년 누나의 생일마다 이 화장대를 찾아왔다. 어머니는 누나의 방을 그대로 두었다. 희망이라는 것은 참 무서운 것이다.

초인종이 울렸다. 어머니가 문을 열었고, 나지막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익숙한 발소리. 그 소리를 들어본 지 너무 오래되었지만, 내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문간에 그녀가 서 있었다. 내 누나. 얼굴은 조금 더 날카로워졌고, 눈가에는 주름이 생겼지만, 그 눈빛만은 여전했다. 그녀의 손에는 쇼핑백이 들려있었다.

"민수야,"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다. "오랜만이구나."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분노, 안도, 혼란,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녀는 쇼핑백을 내밀었다. "이걸 보면... 내가 왜 돌아왔는지 알 수 있을 거야."

안에는 화장품 회사의 로고가 새겨진 상자가 있었다. 열자 누나가 사용했던 것과 똑같은 파운데이션과 립스틱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작은 카드. '10주년 기념 한정판'.

"내가 만든 거야," 그녀가 말했다. "열 해 전, 난 꿈을 좇아 떠났어. 화장품을 만들고 싶었거든. 그런데 가족들에게 말하면... 날 말릴 것 같았어."

나는 화장품을 손에 쥐었다. 누나의 사라짐과 재회가 이 작은 물건들로 연결되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이제는 적어도 시작할 수 있었다. 화장대 위에 놓인 오래된 화장품을 보며, 나는 깨달았다. 때로는 떠나는 것이 다시 만나기 위한 준비일 수도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