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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회사

의외의 재회: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칠 층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그녀를 다시 만났다. 그것도 15년 만에. 향수 냄새가 먼저 나를 덮쳤다. 바닐라와 재스민이 묘하게 섞인 그 향기는 여전했다. 그녀는 시간이 멈춘 듯 그대로였다. 나는 숨을 몰래 들이마시며 거울에 비친 그녀를 훔쳐보았다. 검은색 정장, 단정하게 묶은 머리, 그리고 왼손 약지에 반짝이는 결혼반지.

"정말 오랜만이네요, 강 부장님." 그녀가 먼저 말을 걸었다. 목소리는 기억보다 더 낮아져 있었다. 이름 대신 직함으로 부르는 그 말투가 우리 사이의 시간과 거리를 확인시켜주었다.

"네, 정말 오래됐네요. 이 회사에 오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려 애쓰며 물었다. 그녀는 세 달 전에 마케팅 이사로 영입되었다고 했다. 내가 새벽까지 야근하는 동안, 그녀는 다른 층에서 또 다른 야근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묘하게 느껴졌다.

디지털 숫자가 '4'에서 '5'로 바뀌었다. 남은 시간은 고작 두 층 분량. 열다섯 해를 두 층에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직도 커피는 블랙으로 드시나요?" 그녀가 물었다. 내 취향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나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살짝 웃더니 "저도 그래요"라고 말했다. 예전엔 달달한 라떼만 마시던 그녀였는데.

엘리베이터가 6층에 멈췄다. 문이 열리고 누군가 타려다 우리를 보고 "다음 걸 타겠습니다"라며 물러났다. 철문이 다시 닫혔다. 좁은 공간에 우리 둘만 남겨졌다.

"결혼하셨군요." 나는 그녀의 반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녀는 왼손을 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8년 차예요. 아이도 둘이에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강 부장님은요?"

"저는..." 말을 잇지 못했다. '당신을 잊지 못해 결혼을 미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아직요. 적당한 사람을 못 만났네요."

7층에 도착했다. 차가운 기계음이 "7층입니다"라고 알렸다. 나는 나가야 했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오늘 저녁... 시간 되세요?" 내 입에서 용기가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 "이전 일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요. 마음의 짐을 좀 내려놓고 싶어서요."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죄송해요. 오늘 아이들 학부모 상담이 있어요." 문이 닫히기 전, 그녀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과거는 그냥 과거로 두죠. 우린 이제 다른 사람이 됐으니까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그녀는 8층으로 올라갔다. 나는 마른 침을 삼키며 사무실로 향했다. 내 책상 위에는 오늘 오전 인사팀에서 보낸 메일이 열려 있었다. '신임 마케팅 이사 송지윤과의 협업 프로젝트 관련'이라는 제목이었다. 이제 우리는 매일 마주칠 운명이었다. 과거를 묻어두려 했지만, 회사라는 공간은 우리에게 새로운 현재를 쓰라고 강요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