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미스터리: 탈출구를 찾아서
김대리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어제만 해도 그 자리에 앉아 모니터 불빛 아래 피로한 얼굴로 엑셀 시트를 들여다보던 사람이, 오늘은 흔적도 없었다. 그의 책상 위는 비현실적으로 깔끔했다. 벽에 붙어 있던 가족 사진과 메모지들까지 전부 사라진 상태였다.
"김대리가 사직서 내고 갔나요?" 내가 물었지만 아무도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들 눈빛만 교환할 뿐, 이내 모니터 속으로 고개를 파묻었다. 그 순간 사무실 천장의 형광등이 몇 번 깜빡였고, 김대리의 빈자리에 낡은 서류 파일 하나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누가 방금 놓고 간 것 같았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이동한 사람은 없었다.
점심시간, 옥상에서 홀로 담배를 피우던 최과장에게 물어보았다. "김대리 오늘 갑자기 안 나왔네요." 그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연기를 길게 뿜어냈다. "그 자리에 앉는 사람들은 다 그렇게 된다네." 최과장의 목소리는 바람에 흩어지는 담배 연기처럼 희미했다. "5년 전 정대리, 2년 전 박대리... 모두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지."
오후 회의 시간, 팀장은 김대리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합시다"라는 말만 세 번이나 반복했다. 회의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테이블 위 유리컵에 반사되어 천장에 이상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마치 누군가가 감시하고 있는 것 같은 형상이었다.
퇴근 무렵, 용기를 내어 인사팀에 전화했다. "김대리 퇴사 처리됐나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놀랍도록 기계적이었다. "김진수 대리는 우리 회사에 근무한 기록이 없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어제까지 옆자리에서 일하던 사람이 어떻게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회사 자료실로 달려갔다. 지난 프로젝트 문서들을 뒤적이다 한 장의 사진을 발견했다. 작년 회식 단체사진이었다. 그러나 내 옆에 서 있어야 할 김대리의 자리에는 흐릿한 얼룩만이 있었다. 사진을 들고 있는 내 손이 떨렸다.
그날 밤,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김대리의 컴퓨터를 켰다. 비밀번호 창이 뜨지 않았다. 바탕화면에는 파일 하나만 덩그러니 있었다. '탈출.txt' 파일을 열자 단 한 줄의 메시지가 있었다. "이 회사는 사람을 삭제한다. 당신이 다음이다."
다음 날 아침, 나는 평소처럼 출근했다. 그리고 김대리의 자리에 앉아 있는 낯선 여자를 발견했다. 팀장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새로운 직원 소개합니다. 이번에 우리 팀에 배치된 최대리예요." 주변 동료들이 모두 평소처럼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내 시선은 그녀의 모니터 화면에 비친 바탕화면에 고정되었다. 그곳에도 '탈출.txt' 파일이 있었다.
내 자리로 돌아오는 길, 팀장의 방에 걸린 조직도를 지나쳤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보니, 어제까지 있던 내 이름이 희미하게 지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