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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재회

직장에서의 재회: 너와 나의 미완성 페이지

그녀가 회의실 문을 열었을 때, 시간은 거꾸로 흐르기 시작했다. 열 명의 임원들 사이에 앉아 있는 그를 발견하는 데는 0.5초도 걸리지 않았다. 민서는 숨을 고르려 했지만, 폐가 제 기능을 거부했다. 10년 전 그가 떠난 날처럼.

"신입 마케팅 디렉터 김민서입니다." 자신의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회의실은 겨울 추위로 냉랭했지만, 그녀의 손바닥에는 땀이 배어나왔다. 그는—이준호는—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모두에게 공손히 인사하며, 민서는 유일하게 비어있는 자리,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회의는 새 프로젝트에 관한 것이었다. 민서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머릿속은 대학 도서관에서 처음 만난 날, 한강에서 나눈 첫 키스, 그리고 그가 미국 유학을 위해 떠나던 인천공항의 모습으로 가득 찼다. "연락할게"라는 그의 마지막 말은 거짓이었다. 어쩌면 그때는 진심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5년의 공허함.

"김 디렉터, 이 안건에 대한 의견이 있으신가요?" CEO의 목소리에 민서는 현실로 돌아왔다. 민서는 즉석에서 대답을 조합했다. 대학 시절부터 그녀의 특기였다. 준호가 항상 감탄했던 능력.

"좋은 의견입니다. 이 디렉터와 김 디렉터가 이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해 주십시오." CEO의 말에 회의실이 얼어붙었다. 아니, 민서의 세계가 얼어붙었다.

회의가 끝나고, 사무실 복도에서 준호가 그녀를 불러세웠다. "오랜만이네." 그의 목소리는 10년 전보다 더 깊어져 있었다. 커피머신에서 나오는 아메리카노 향이 공기를 채웠지만, 민서는 그의 향수—아직도 같은 브랜드—만을 맡을 수 있었다.

"네, 정말 오랜만이에요." 그녀는 냉정하게 대답했다. 준호의 왼손 약지에 반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신이 싫었다.

"먼저 사과해야 할 것 같아." 그의 얼굴에는 후회가 깃들어 있었다. "5년 전, 내가 한국에 돌아왔을 때, 너를 찾았어."

민서의 심장이 멈췄다. "뭐라고요?"

"네가 해외 봉사활동 갔다고 들었어. 1년 기다렸지만..." 그는 말을 멈추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40층 사무실에서 보이는 서울의 스카이라인은 10년 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들처럼.

민서는 웃음을 터뜨렸다. 쓰디쓴 웃음이었다. "내가 해외에 간 적은 없어요. 당신을 잊기 위해 무작정 시골로 내려간 거였죠. 전화번호도 바꿨고."

두 사람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오해와 타이밍의 실수가 만든 10년의 간극. 준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엄마'라는 글자가 보였다. 그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어머니. 지금 회사에요. 네, 오늘 소개팅 안 갑니다."

민서는 준호를 바라보았다. 그의, 이제는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얼굴을. 그녀는 생각했다—직장에서의 이 우연한 재회가, 그들의 이야기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아직 쓰이지 않은 페이지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