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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아이돌

짝사랑의 아이돌: 눈부신 그림자 속으로

공연장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함성 소리가 내 심장을 찢어놓는다. 천 번째 편지를 주머니에 꾹꾹 눌러 넣으며, 나는 오늘도 그의 그림자를 따라간다.

나는 그에게 '설현'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팬카페에서는 '설현 누나'라고 불린다. 그가 좋아하는 홍차를 선물하고, 그가 입으면 좋을 스웨터를 손수 뜨개질하며, 그의 생일에는 가장 큰 전광판을 예약하는 열성 팬이다. 하지만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내가 서른다섯 살 남자 김도윤이라는 사실을.

처음에는 단순했다. 여동생이 좋아하는 아이돌 '민준'의 콘서트 티켓을 구해주기 위해 팬카페에 가입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의 무대를 본 순간,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스물한 살 소년의 눈빛에 담긴 고독함이 내 영혼을 흔들었다. 그것은 십 년 전 내가 포기했던 꿈과 닮아 있었다.

"설현 누나!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팬사인회에서 그가 내게 건넨 첫 마디였다. 그때부터 시작된 이중생활. 나는 점점 더 '설현'이라는 페르소나에 깊이 빠져들었다. 직장에서는 무표정한 회계사 김도윤, 민준 앞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설현 누나'.

스마트폰 알림이 울린다. 민준의 새 인스타그램 포스트. "오늘은 특별한 팬레터 한 통을 받았어요. 천 번째 편지를 보내주신 설현 누나, 정말 감사합니다." 화면 속 그의 미소에 가슴이 저릿하다. 내 편지를 읽고 있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니 얼굴이 뜨거워진다.

오늘 밤 그의 콘서트가 끝나고, 나는 용기를 냈다. 백스테이지 패스를 쥐고 대기실 앞에 섰다. 마침내 진실을 말하려고. 그러나 대기실 문이 열리는 순간, 나는 얼어붙었다. 민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설현 누나?" 그가 나를 발견하고 놀란 듯 물었다.

"사실은... 내가..." 말이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누나, 오늘 천 번째 편지... 정말 감동받았어요. 사실 제가 데뷔하기 전, 가장 힘들 때 우연히 누나의 첫 편지를 받았거든요. 그때부터 저는 매일 누나의 편지를 기다렸어요. 누나의 글이 있어서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진실을 말하려던 입술이 굳어버렸다. 그의 눈에 비친 '설현'은 내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만들어낸 환상, 그가 의지하는 이상이었다.

"저... 그냥 축하하러 왔어요." 나는 결국 말하지 못했다.

콘서트장을 나오며 천천히 민준에게 쓴 천 번째 편지의 복사본을 읽어본다. "당신의 음악이 내게 용기를 주었듯,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짝사랑한 것은 민준이 아니라, 그를 통해 본 내 안의 빛나는 가능성이었다는 것을.

다음 날 아침, 나는 십 년 만에 기타를 꺼냈다. 오늘부터 나는 '설현'이 아닌 김도윤으로서, 잊고 있던 나만의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어쩌면, 언젠가 무대 위의 나를 바라보는 누군가의 눈빛 속에서, 나도 그들의 짝사랑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