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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재회

나의 짝사랑, 15년 만의 재회

그녀의 웃음소리는 15년이 지난 지금도 내 귓가에 선명했다. 서울역 플랫폼에 내리는 순간, 군중 속 그녀를 알아보는 데는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시간이 멈춘 듯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 지나갔지만, 내 눈에는 오직 그녀만 보였다. 고등학교 시절 내 심장을 쥐었다 펴던 그 소녀가, 이제는 한 아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민지야."

그녀의 이름을 불렀을 때, 내 목소리는 떨렸다. 15년간 품어온 짝사랑의 무게가 그대로 실려 있었다. 그녀가 돌아보았다. 처음에는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곧 눈이 커지더니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준호 오빠? 정말... 오빠 맞아?"

봄바람이 역 안으로 불어왔다. 그녀의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그 향기. 목구멍이 메어왔다. 고백하지 못했던 열일곱의 감정이 갑자기 다시 솟구쳤다.

카페에 앉아 그녀는 남편과 딸 이야기를 했다. 행복해 보였다.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지었지만, 가슴 한구석은 쓰라렸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풍경이 흐릿해졌다. 15년 전, 고백하려던 날 갑자기 떠나버린 그녀. 나는 그날의 편지를 지금도 가지고 있었다.

"오빠는 결혼 안 했어?"

그녀의 질문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인연을 못 만났어."

말하지 않은 진실: '네가 첫사랑이었고, 마지막 사랑이었어.'

그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 '여보'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그녀는 미안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딸이 열이 나서 빨리 와달라는 내용이었다. 급하게 일어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나는 주머니에서 오래된 편지를 꺼냈다.

"민지야, 가기 전에... 이거, 15년 전에 너한테 주려고 했던 거야."

그녀는 잠시 멈춰 서서 편지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그 내용을 짐작했을 것이다. 그녀의 눈에 순간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망설임, 놀라움, 그리고... 아쉬움?

"오빠... 나..."

그녀의 말을 끊으며 내가 먼저 말했다. "괜찮아. 그냥 알아주기만 해도 충분해."

그녀는 편지를 받아들고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갑자기 포옹을 했다. 짧았지만, 그 순간 시간은 다시 멈춘 것 같았다. 그녀가 떠난 후, 나는 창가에 앉아 그녀가 사라진 방향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내일이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날 밤, 호텔 방으로 문자 한 통이 왔다. "편지 읽었어요. 15년 전 알았더라면... 우리의 이야기는 달라졌을까요?" 나는 답장을 쓰다가 멈추었다. 어쩌면 우리의 짝사랑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시간 속에 머물러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창밖의 서울 밤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마침내 그녀를 보내주기로 했다 - 다시 만났지만, 영원히 놓아주는 재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