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미스터리: 돌아오지 않는 9시
매일 아침 8시 37분, 박민수는 512번 버스에 오른다. 오늘도 예외는 없었다. 늘 그렇듯 창가 자리에 앉아 시선을 창밖으로 던진 그는 익숙한 도시 풍경이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검은 정장, 파란 넥타이, 왼쪽 가슴팍의 사원증—모든 것이 어제와 똑같았다. 하지만 무언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신은초등학교 정류장입니다." 기계적인 여성 안내 음성이 울렸다. 민수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8시 52분. 늘 이 시간에 이 정류장을 지난다. 회사까지는 8분 남았다. 하지만 오늘은 버스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달랐다. 평소라면 익숙한 얼굴들—중학교 교복을 입은 쌍둥이 자매, 빨간 안경테의 노부인, 항상 커피를 들고 있는 정장 차림의 남자—가 보이지 않았다.
민수는 목을 움츠렸다. 에어컨 바람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다. 빈자리가 많았음에도 그의 바로 뒷자리에 앉은 중년 남성이 불편했다. 그 남자는 계속해서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8시 59분에 도착하면 안 돼... 8시 59분에 도착하면 안 돼..."
민수는 귀를 의심했다. 왜 8시 59분인가? 그는 항상 9시 정각에 회사에 도착한다. 출근 기록을 확인해보면 지난 3년간 단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었다. 그의 동료들은 그를 '인간 시계'라고 부를 정도였다.
"다음 정류장은 현대오피스텔 앞입니다." 민수의 회사 건물이 있는 정류장이었다. 시계는 8시 57분을 가리켰다. 민수는 일어나 출구 쪽으로 향했다. 그 순간, 뒷자리 남자가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9시 전에 회사에 들어가지 마세요." 남자의 눈빛이 간절했다. "어제도, 그제도, 그 전날도... 당신은 항상 9시에 회사에 도착했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남자의 말은 민수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손목을 빼내고 버스에서 내렸다. 회사 건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푸른 유리창이 아침 햇살에 반짝였다. 그는 로비에 들어서며 시계를 바라보았다. 8시 58분. 엘리베이터에 오르며 그는 다시 한번 시계를 확인했다. 여전히 8시 58분이었다. 이상하게도 초침이 움직이지 않았다.
17층에 도착했을 때도 시계는 8시 58분을 가리켰다. 사무실 문을 열자 이상한 광경이 펼쳐졌다. 평소라면 분주해야 할 사무실이 완전히 비어 있었다. 민수는 자신의 책상으로 걸어갔다. 그의 자리에는 어제 마무리하지 못한 보고서가 그대로 있었다. 그 위에 노란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자신의 필체였다.
'9시가 되면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된다.'
민수는 고개를 들어 벽시계를 바라보았다. 8시 59분 55초... 56초... 57초... 벽시계의 초침이 마지막 원을 그리며 9시를 가리키는 순간, 세상이 일순간 어두워졌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자신의 침대 위에 있었다. 알람 시계가 울려댔다. 7시 정각. 또 다른 출근길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