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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연애

출근길의 연애: 매일 아침 다시 만나는 그대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이 어딘가 달라 보였다. 오늘따라 눈가의 주름이 깊어진 것 같기도,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 같기도 했다. 늘 타던 7시 30분 지하철, 늘 서던 3호차 두 번째 문 앞, 그리고 늘 보던 그 사람. 오늘도 출근길은 그와의 묵묵한 연애로 시작되었다.

"이 열차는 강남행 열차입니다." 기계적인 안내방송이 귓가에 맴돌 때, 그가 탔다. 언제나처럼 감색 정장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언제나처럼 오른쪽 귀에만 이어폰을 꽂고, 언제나처럼 내 맞은편 손잡이를 잡았다. 우리의 시선이 엇갈릴 때마다 심장이 한 번씩 더 뛰었다. 일 년째 계속되는 비밀스러운 의식이었다.

매일 아침, 나는 그의 작은 변화를 발견하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 오늘은 머리를 살짝 잘랐구나. 어제는 없던 넥타이핀이 반짝이는구나. 지난주보다 안색이 좋아졌구나. 한 번도 말을 건넨 적 없지만, 나는 그의 일상을 함께하고 있다고 착각했다.

손잡이를 잡은 그의 왼손 약지에는 반지가 없었다. 내 맘속에서만 이어지는 이 연애가 허락된 이유였다. 오늘따라 그의 향수 냄새가 진했다. 시트러스와 우디 노트가 섞인 향이 좁은 전동차 안에서 내 코끝을 간지럽혔다. 그 어떤 대화보다 진솔한 교감이었다.

열차가 급정거하자 그가 앞으로 기울었고, 우리의 어깨가 스쳤다. "죄송합니다." 일 년 만에 처음 들어본 그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낮고 부드러웠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어색하게 미소 지었을 뿐. 그 미소 속에 일 년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강남역에 도착했다. 매일 그는 이곳에서 내렸고, 나는 두 정거장을 더 가야 했다. 오늘도 그는 평소처럼 문으로 향했다. 하지만 무언가 달랐다. 내릴 때 그가 뒤돌아보며 말했다. "혹시... 내일도 같은 열차 타시나요?"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네." 겨우 한 마디를 짜냈다.

문이 닫히기 직전, 그가 종이를 내밀었다. 떨리는 손으로 받아든 쪽지에는 전화번호와 함께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일 년 동안 마주친 눈빛이 우연이 아니길 바랍니다.'

다음 역에서 나는 내려야 했지만, 그대로 앉아 있었다. 회사에 지각할 것이 뻔했다. 하지만 오늘은 괜찮았다. 출근길에 피어난 이 작은 연애가, 일 년의 침묵 끝에 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니까. 지하철은 계속해서 달렸고, 내 마음속의 열차도 마침내 오랜 정차를 끝내고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