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출근길, 운명의 재회
그날 아침 지하철 안의 그 얼굴을 보기 전까지, 윤서는 자신의 인생이 완벽하게 계획된 경로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믿었다. 출근길 지하철은 언제나처럼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그녀는 습관적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오늘의 회의 자료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느껴진 시선에 고개를 들었을 때, 윤서는 열 걸음 떨어진 곳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그 눈동자를 마주했다.
"민준?"
십 년 전, 어린 날의 약속을 남긴 채 각자의 길을 걸었던 두 사람. 여름 방학이면 함께 벼룩시장을 열었고, 눈이 오면 언덕에서 썰매를 타던 소꿉친구. 대학 진학과 함께 연락이 끊겼던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 섞여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민준의 눈빛은 십 년 전과 다름없이 맑고 따뜻했다. 다만 어깨는 더 넓어지고, 얼굴은 더 선명한 윤곽을 갖추고 있었다.
지하철이 다음 역에 멈추었다. 사람들이 내리고 탑승하는 소란 속에서 민준이 천천히 다가왔다. 향수 냄새보다, 세탁소에서 막 찾아온 듯한 옷의 뽀송한 냄새가 먼저 그녀의 코끝에 닿았다.
"윤서야, 정말 너구나."
그의 목소리는 더 깊어져 있었다. 윤서는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을 가방에 넣으며 미소 지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출근길을 걸었는데 단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던 것이 오히려 신기했다.
"회사 어디야? 나는 강남역에서 내려."
"나도. 지난달에 이직했어."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한 정거장, 두 정거장을 지나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옛 추억을 나누는 사이, 평소라면 지루하게만 느껴졌을 출근길이 어느새 설렘으로 가득 찼다.
강남역에 도착하자 민준이 물었다.
"오늘... 퇴근 후에 시간 있어?"
윤서는 머릿속으로 오늘의 일정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저녁에 있을 중요한 회의, 마감이 임박한 보고서, 그리고 퇴근 후 약속된 소개팅. 완벽하게 계획된 하루였다.
"있어."
출구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며 윤서는 생각했다. 때로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매일 반복되던 출근길이 운명의 재회로 바뀌는 순간, 그녀의 하루는—아니, 어쩌면 그녀의 인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지하철에서 나와 그녀는 민준에게 말했다. "같은 회사 아니었으면 좋겠다." 민준이 놀란 표정을 지었을 때, 윤서는 웃으며 덧붙였다. "그래야 퇴근 후에 더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