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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아이돌

취업 아이돌: 스포트라이트 뒤의 이력서

"합격자 발표는 오디션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취업 공고문 하단의 작은 글씨가 내 심장을 얼어붙게 했다. 다른 지원자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면접관들 앞에서 자신을 '판매'해야 한다니. 3년 차 취업 준비생인 나는 이력서만 백 통 넘게 썼지만, 오디션은 처음이었다.

대기실은 콘서트 전 분장실처럼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모두가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그건 그저 유니폼일 뿐이었다. 진짜 무대의상은 각자의 얼굴에 씌워진 가면이었다. 자신감 넘치는 척, 열정적인 척, 창의적인 척. 나도 서류에만 존재하는 '완벽한 지원자'라는 페르소나를 준비하고 있었다.

"김지원 씨, 2분 후 입장입니다." 스태프처럼 보이는 여성이 내게 말했다. 목이 바짝 말랐다. 거울 속 내 모습은 마치 데뷔를 앞둔 신인 아이돌 같았다. 떨리는 손으로 넥타이를 바로잡고, 면접 답변을 마지막으로 되새겼다.

문이 열리고 무대에 들어서자, 스포트라이트처럼 쏟아지는 면접관들의 시선이 날 비추었다. 테이블 위에는 내 이력서가 놓여 있었다. 지금까지의 내 삶을 요약한 두 장의 종이. 캐스팅 디렉터처럼 보이는 중년의 여성이 말했다.

"자, 김지원 씨. 자기소개 1분, 직무 관련 경험 1분, 질의응답 3분. 시작하세요."

그때였다. 문득 깨달음이 밀려왔다. 이건 오디션이 아니라 콘서트였다. 내가 부를 노래는 미리 작곡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즉흥적으로 만들어내야 했다. 아이돌이 되기 위해 연습생 시절을 거치듯, 나는 취업을 위해 3년을 준비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시작은 언제나 그렇듯 뻔했다. 하지만 이내 각본을 벗어났다. "사실 저는 백 번째 오디션에 참가한 아이돌 지망생 같은 심정입니다. 매번 탈락하면서도 스스로를 갈고닦는 과정이 저를 어떻게 성장시켰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면접관들의 표정이 변했다. 지루함에서 호기심으로. 처음으로 내가 진짜 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실패한 프로젝트, 좌절의 순간들,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나만의 강점까지. 3분이 지나고 5분이 지나도 아무도 나를 막지 않았다.

일주일 후, 합격 메일을 받았다. 첨부된 메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우리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나는 깨달았다. 취업과 아이돌, 언뜻 다른 세계 같지만 본질은 같았다. 둘 다 가면을 쓰라고 요구하지만, 정작 빛나는 순간은 그 가면을 벗을 때 온다는 것을. 스포트라이트는 완벽함이 아닌, 진정성에 쏟아진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