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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연애

취업과 연애: 불행한 타이밍의 행복한 대가

지하철 문이 열리고, 채린은 스마트폰을 떨어뜨렸다. 화면이 깨지면서 동시에 전화가 울렸다. "최종 합격입니다." 3년 만의 취업 소식이었다. 하필 오늘, 그녀가 연인 민수와 헤어지기로 한 바로 그날이었다.

졸업 후 취업 문턱에서 채린은 매일 같은 콘크리트 책상에 앉아 원서를 넣고 있었다. 겨울이 다가오는 카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은 그녀의 발목을 얼리고, 커피 향은 밤새 다크서클을 만들어냈다. 이력서 말미에 '포트폴리오' 칸은 매번 그녀를 좌절시켰다. 서류는 계속 떨어졌고, 민수의 문자는 쌓여갔다.

"오늘도 안 만나?"

민수와의 관계는 취업 준비와 함께 시작됐다. 동네 스터디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미 대기업에 입사한 상태였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관계였지만, 채린의 마음 한편에는 항상 부담감이 자리했다. 그의 생일 선물은 신용카드의 한도를 넘겼고, 데이트 비용은 언제나 그가 계산했다.

"나 오늘 면접이 있어." 채린의 문자에 민수는 빠르게 답했다. "이번에는 꼭 붙을 거야. 너무 긴장하지 마."

그러나 면접관들의 얼굴은 채린의 불안감을 더 키웠다. 질문이 날아올 때마다 그녀의 심장은 뛰었고, 답변은 막혀갔다. 면접을 마치고 나오면서 그녀는 결심했다. "이번에도 안 되면, 민수와 헤어져야겠다."

관계는 천천히 갈라지고 있었다. 채린의 자존감은 이력서와 함께 구겨졌고, 민수의 성공은 그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세웠다. 두 사람의 대화는 점점 짧아졌고, 침묵은 길어졌다.

"내일, 얘기할 게 있어." 채린은 마지막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오늘, 합격 소식과 함께 온 문자. "나도 얘기할 게 있어. 사실 내가 먼저... 회사 그만뒀어. 내 꿈을 찾아보려고."

지하철에서 내린, 채린은 깨진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민수를 봤다. 그는 넥타이 대신 편안한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어색하게 웃는 그의 표정에서 채린은 자신과 같은 두려움을 읽었다.

"축하해, 합격했다며." 민수가 말했다.

"고마워, 근데 너는..." 채린의 목소리가 떨렸다.

"취업도, 연애도... 결국 타이밍인가 봐." 민수가 쓰게 웃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벤치에 앉았다. 가을 햇살이 그들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이별하러 왔던 두 사람 사이에, 묘하게도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이 떠올랐다. 깨진 화면 너머로, 합격 메일이 아직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