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의 계단에서 마주한 재회
그녀의 이름이 면접관 명단에서 튀어나왔을 때, 내 심장은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멈췄다. 5년 만의 재회가 이런 식으로 이루어질 줄은 몰랐다.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취업 면접에서, 그것도 내 앞길을 결정할 심사위원으로.
"김준서 씨, 들어오세요."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내 긴장된 등줄기를 타고 내려갔다. 회의실 문을 열자 그녀는 태연하게 앉아 서류를 뒤적이고 있었다. 하지만 내 이름을 호명하는 순간, 그녀의 펜이 살짝 멈칫했다.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을 때, 그녀의 눈에서 0.1초 간 번쩍인 놀라움은 나만 알아챌 수 있는 신호였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그녀의 목소리엔 감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대학 시절 우리가 밤새 나눴던 속삭임과는 다른 세계의 소리였다.
나는 준비했던 자기소개를 하면서도 기억의 파편들과 싸우고 있었다. 취업준비생으로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한 면접인데, 하필 그녀일까. 대학 졸업 후 해외로 떠나 몇 년간 연락이 끊겼던 그녀, 내가 마지막으로 "헤어지자"고 말했던 그녀가.
"지원자님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돋보이네요.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그녀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직업적인 것인지, 개인적인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계에서 나는 흔들렸다.
"저는..." 말을 시작하려는 순간, 갑자기 건물 전체에 비상 경보가 울렸다. 화재 훈련이 아닌 진짜 상황이었다. 패닉에 빠진 사람들 사이에서 그녀는 침착하게 대피 지시를 내렸지만, 갑자기 연기가 자욱해지며 출구를 찾기 어려워졌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비상구로 향했다. 예전에 이 건물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사히 밖으로 나왔고, 그녀의 손은 여전히 내 손 안에 있었다.
"고마워요, 준서 씨." 그녀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개인적인 온기가 느껴졌다. "아직도 위기 상황에서 빛나는군요."
그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액정에 비친 '우리 아들'이라는 문구를 보며 나는 얼어붙었다. 그녀의 표정이 순간 복잡해졌다.
"면접은 다음 주에 다시 잡겠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조금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리고... 너에게 말해야 할 것이 있어."
나는 그날 집으로 돌아가며 취업에 대한 걱정보다 더 큰 불안감에 시달렸다. 일주일 후, 재개된 면접장에서 그녀는 내게 작은 사진 한 장을 건넸다. 네 살쯤 된 아이의 사진이었다. 그 아이의 눈동자는 마치 거울처럼 내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취업이라는 문을 두드리러 왔다가, 나는 인생이라는 더 큰 무대의 문을 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