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아이돌: 완벽한 표면 아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그녀의 미소는 한 도수씩 더 밝아졌다. 레드카펫 위, 청하는 그날의 신성처럼 빛났다. 등 뒤에서는 열두 명의 스타일리스트가 그녀를 위해 흘린 땀방울이 마르고 있었다.
"청하 씨, 이번 컬렉션 의상에 담긴 본인만의 해석은 무엇인가요?"
그녀의 입술이 열리기도 전에 머릿속에는 미리 준비된 대답이 재생되었다. 등 뒤로 느껴지는 매니저의 시선이 그녀의 어깨를 누르는 듯했다.
"패션은 제게 또 다른 언어예요. 오늘의 의상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입은 드레스가 무엇을 표현하는지 전혀 몰랐다. 단지 스타일리스트가 건넨 것을, 회사가 지시한 대로 입었을 뿐이었다. 3년차 아이돌 청하에게 패션은 선택이 아닌 운명이었다.
행사가 끝나고 차에 오르자 그녀는 10.5cm 힐을 벗었다. 발바닥이 불타는 듯했다. 깔창에 묻은 핏자국을 보며 그녀는 묵묵히 물티슈를 꺼냈다. 오늘도 무대는 완벽했다.
"오늘 SNS 반응 좋아요. 특히 드레스 관련 댓글이 폭발적이네요." 매니저가 말했다.
청하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서울의 밤거리는 형형색색 빛으로 가득했다. 마치 그녀의 드레스처럼 눈부시게.
집에 도착해 화장을 지우는 순간, 그녀는 거울 속에서 낯선 얼굴을 만났다. 청하가 아닌, 스물넷 이지민. 형광등 아래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 밑의 다크서클은 어떤 컨실러도 가릴 수 없을 만큼 짙어져 있었다.
휴대폰에 알림이 떴다. '내일 스케줄: 오전 5시 기상, 새 시즌 패션 화보 촬영'
그녀는 침대에 누워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패션아이콘 #청하스타일 해시태그와 함께 올라온 자신의 사진들. 완벽한 의상, 완벽한 포즈, 완벽한 미소.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
그러나 아무도 모른다. 그녀가 선택한 옷은 파자마뿐이라는 것을. 패션 매거진 표지를 장식하는 그녀가 오늘 아침에야 '컬러 블로킹'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검색해봤다는 것을.
침대 옆 서랍을 열자 오래된 스케치북이 보였다. 데뷔 전,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던 시절의 흔적. 그녀는 페이지를 넘겼다. 서툰 선으로 그려진 드레스들, 직접 디자인한 의상들. 언젠가는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던 꿈이 담겨있었다.
청하는 스케치북을 가슴에 안았다. 내일도 그녀는 완벽한 패션 아이돌 청하로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이지민으로서 그녀만의 패션을 세상에 보여줄 날이 올 것이라고 믿었다. 빛나는 무대 위의 드레스 아래에서도, 그녀의 꿈은 여전히 숨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