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연애: 사랑이 숨쉬는 방
다섯 번째 데이트에서 그녀는 내게 자신의 집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때 알아챘어야 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첫 번째 데이트에서 자신의 집을 보여주니까.
서연의 아파트는 놀랍도록 깔끔했다. 모든 것이 정확히 제자리에 있었고, 바닥은 거울처럼 반짝였다. 미니멀한 인테리어, 희고 단정한 가구들. 그녀가 차를 내리러 부엌으로 향하는 동안, 나는 거실을 둘러보았다. 사진 한 장 없고, 개인적인 물건 하나 없는 공간. 마치 모델하우스 같았다.
"이 문은 뭐야?" 내가 물었다. 거실 한쪽에 있는 유일하게 닫힌 문이었다.
서연이 갑자기 긴장한 표정으로 돌아봤다. "아, 그건 그냥 창고야. 별거 없어."
그녀의 목소리에서 뭔가 이상한 것을 감지했다. 아주 미세한 떨림. 내가 알아온 자신감 넘치는 서연과는 달랐다.
"그래? 볼 수 있을까?" 내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안돼!" 그녀의 반응은 너무 격렬해서 우리 둘 다 놀랐다. "미안, 그냥... 정리가 안 되어 있어서."
그녀가 내 손을 잡고 소파로 이끌었다. 우리는 와인을 마시며 영화를 보았지만, 내 마음은 계속 그 문으로 향했다. 화장실에 가는 척하며 살짝 손잡이를 돌려봤지만, 잠겨 있었다.
세 번째 데이트였다면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여덟 번째였고, 나는 서연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녀의 비밀이 무엇이든, 우리 관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밤, 서연이 급히 직장에 호출됐을 때 기회가 왔다. 그녀는 내게 집에 머물러도 좋다고 했다. 열쇠고리에서 작은 열쇠를 발견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문을 열자 숨이 멎는 듯했다. 그 방은... 살아있었다. 벽에는 내 사진들이 가득했다. 카페에서, 공원에서, 심지어 내 아파트 앞에서. 서연과 데이트하기 몇 달 전부터 찍힌 사진들. 그리고 중앙에는 내 옷, 담배꽁초, 머리카락, 심지어 내가 버린 휴지까지 모아둔 유리 진열장이 있었다.
가장 끔찍한 것은 벽에 쓰인 글이었다. "완벽한 남자, 완벽한 표본." 그리고 그 밑에 날짜가 적혀 있었다. 내일 날짜였다.
도망치려 돌아섰을 때, 서연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주사기가 들려 있었고, 눈은 더 이상 내가 사랑했던 그 눈이 아니었다.
"너무 일찍 들어왔네," 그녀가 말했다. "아직 준비가 다 안 됐는데."
나는 뒤로 물러섰다. "이게 다 뭐야, 서연아?"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는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그 미소가 이제는 오싹했다. "사랑이지, 당연히. 진짜 사랑." 그녀가 한 걸음 다가왔다. "너를 영원히 내 곁에 두고 싶어. 다른 여자들에게 빼앗기지 않을 거야."
창문으로 뛰어내리고 싶었지만, 우리는 15층이었다. 유일한 탈출구는 그녀의 뒤에 있었다.
"하지만 서연아, 나 어디 안 가. 널 사랑해."
그녀의 눈이 잠시 흔들렸다. 그 순간을 노려 그녀를 밀치고 달렸다. 하지만 현관문에 도달하기 전 목에 찌르는 통증이 느껴졌다.
"걱정 마," 어둠이 나를 삼키는 동안 그녀의 속삭임이 들렸다. "이제 우리는 영원히 함께야. 완벽한 연인이 될 거야."
의식이 흐려지면서 마지막으로 본 것은 거실 한쪽에 줄지어 있던 다섯 개의 문이었다. 모두 잠겨 있었고, 내가 들어갔던 방은 그중 첫 번째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