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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아이돌

호텔 아이돌: 유리문 너머의 진실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 그녀는 평소와 다름없이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로비를 가로질렀다. 호텔의 회전문이 그녀의 뒤로 부드럽게 닫히는 순간, 그 누구도 국내 최고의 아이돌 '스타라이트'의 리더 유진이 이곳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1204호 손님, 룸서비스입니다." 노크 소리에 유진은 흠칫 놀라며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마주했다. 화장기 없는 얼굴, 헝클어진 머리, 그리고 눈가의 검은 다크서클. 무대 위 빛나는 아이돌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잠시만요," 그녀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호텔은 그녀에게 유일한 안식처였다. 연습실도, 방송국도, 심지어 소속사가 마련해준 숙소도 아닌, 아무도 모르는 이 익명의 공간에서만 그녀는 '유진'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도어맨이 건넨 은밀한 미소, 프론트에서 눈짓만으로 이뤄지는 체크인, 그리고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고요함. 이 호텔의 직원들은 그녀의 비밀을 완벽하게 지켜주는 공범자들이었다.

유진은 문을 열고 카트를 들였다. 룸서비스 직원이 떠난 후, 그녀는 클로짓으로 다가가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안에는 무대의상이 아닌, 평범한 청바지와 티셔츠, 그리고 작은 노트북이 있었다. 그녀는 노트북을 켜고 문서를 열었다. '호텔 일기 – 제57일'

"오늘도 난 완벽했어. 실수 없이 안무를 소화했고, 립싱크도 들키지 않았지. 팬들은 내가 행복해 보인다고 했어. 그들이 내 눈 속에 담긴 공허함을 읽을 수 없다는 게 다행일까, 불행일까."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이 반짝였다. 유진은 호텔 방의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으며 생각했다. 데뷔 6년 차, 그녀는 이제 자신이 만든 캐릭터의 감옥에 갇혀있었다. 호텔 밖에서 그녀는 언제나 웃어야 했고, 완벽해야 했고, 모든 이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했다.

욕조에 몸을 담그자 따뜻한 물이 그녀의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었다. 그녀는 내일의 스케줄을 떠올렸다. 라디오 출연, 팬 사인회, 그리고 새 앨범 준비를 위한 심야 연습. 모든 것이 완벽하게 계획되어 있었다. 그녀의 인생에서 유일하게 계획되지 않은 것은 바로 이 호텔에서의 시간뿐이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매니저였다. "새 앨범 콘셉트가 결정됐어. '진짜 너의 모습을 보여줘'라는 슬로건으로 갈 거야. 팬들이 좋아할 거야."

전화를 끊은 유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러니했다. 진짜 자신의 모습은 오직 이 익명의 호텔 방에서만 존재했으니까. 그녀는 욕조에서 나와 창가로 걸어갔다. 유리창에 손을 대자, 차가운 감촉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바깥 세계와 그녀 사이에는 언제나 이런 투명한 장벽이 존재했다.

다음 날 아침, 체크아웃을 위해 로비로 내려간 유진은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다시 착용했다. "좋은 시간 되셨나요?" 리셉션 직원이 물었다.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호텔을 나서는 순간, 얼굴에는 다시 그 완벽한 미소가 자리 잡았다. 호텔의 회전문이 그녀를 다시 아이돌의 세계로 밀어넣었고, '유진'은 다시 한번 '스타라이트'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알고 있었다. 언젠가 그녀는 회전문을 통과하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