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연애: 체크인, 체크아웃 사이
그녀가 호텔 키카드를 내게 건넸을 때,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 24시간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삼백육십오일 중 삼백육십사일을 함께 보냈는데, 이 하루만큼은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412호실, 우리가 처음 만난 그 방.
"여기 와줘서 고마워, 태현." 지민은 창가에 서서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창문에 비친 그녀의 실루엣은 내가 5년 전 처음 본 그 모습 그대로였다. 당시 그녀는 이 호텔의 프론트 데스크 직원이었고, 나는 출장 온 건축가였다. 지금은 그녀가 이 호텔의 총지배인이 되었고, 나는 여전히 세계를 떠돌고 있었다.
방 안에는 샴페인 한 병과 함께 딸기 케이크가 놓여 있었다. 우리의 기념일 의식.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의 눈빛이 달랐다. 언제나 생기 넘치던 눈동자가 오늘은 흐릿했다.
"여기 묵었던 모든 추억이 기억나?" 그녀가 물었다. 미니바에서 꺼낸 얼음이 유리잔에 부딪히는 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향수 같은 침묵.
"물론이지. 체크인할 때마다 다른 이름으로 등록했던 것도, 룸서비스 직원이 문을 두드릴 때마다 숨었던 것도." 나는 웃으며 대답했지만, 그녀는 웃지 않았다.
"사랑이란 건 호텔 같아." 지민이 창가에서 돌아서며 말했다. "잠시 머물다 떠나는 곳. 매번 같은 방을 예약해도, 매번 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곳."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지민이 이 호텔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듯이, 그녀의 삶에서도 내가 차지하는 공간은 임시적일 뿐이라는 것을. 언제나 체크아웃 시간이 있다는 것을.
"파리 지점으로 발령받았어."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내일 떠나. 그리고... 혼자 가려고."
창밖으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호텔 방의 따뜻함과 바깥 세상의 차가움 사이, 우리는 그 경계에 서 있었다.
"가끔은 체크인만 있고 체크아웃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내가 말했다.
그녀는 미소 지었다. "그건 호텔이 아니라 집이라고 불러야지."
밤새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안았다. 아침이 되자 그녀는 짐을 챙겼고, 나는 그녀의 빈자리를 채우듯 커튼을 활짝 열었다. 태양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체크아웃 시간이네." 그녀가 문 앞에서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투숙객을 위해 방을 비워둬야지."
문이 닫히고, 나는 침대에 앉아 그녀가 남긴 키카드를 바라보았다. 호텔 방과 우리의 연애는 그렇게 끝났다. 하지만 어쩌면... 다른 호텔, 다른 도시에서 우리는 다시 체크인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