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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재회

방 번호 512: 호텔에서의 운명적 재회

열쇠 카드가 녹색 불을 깜빡이며 문이 열렸다. 512호실. 내가 15년 전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본 방 번호와 똑같았다. 우연이라기엔 너무 정확한 일치였다. 호텔 로비에서 체크인할 때 방 번호를 보고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지만, 프론트 직원에게 방을 바꿔달라는 말은 끝내 하지 못했다.

방에 들어서자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석양이 벽지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침대 위에 여행 가방을 던지듯 올려놓고 창가로 다가갔다. 15년 전과 똑같은 전망. 똑같은 바다. 파도 소리조차 그때처럼 규칙적으로 해변을 때리고 있었다. 발코니에 나가 차가운 난간을 붙잡았다. 소금기 섞인 바람이 뺨을 스쳤다.

"어머니는 왜 그날 떠나셨을까?"

방 안으로 돌아와 미니바에서 위스키 한 병을 꺼내 따랐다. 짙은 호박색 액체가 잔을 채우는 동안, 어머니가 남긴 마지막 편지를 펼쳤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도망칠 수 없구나. 모든 것은 시작된 곳에서 끝나야 한다.' 그 이후로 어머니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졌다.

한 모금 위스키를 목으로 넘기며 호텔 룸서비스에 저녁을 주문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노크 소리가 들렸다. 너무 빠른 서비스에 놀라 문을 열었다.

"저녁 식사 주문하셨습니까?"

문 앞에 서 있는 웨이터는 분명 조금 전 통화했던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목소리가 어딘가 익숙했다. 식탁에 음식을 세팅하는 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그의 왼쪽 눈 아래 작은 점을 발견했다.

"혹시... 당신은..."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미안해, 아들아."

15년 전 이 방에서 떠났던 어머니가 웨이터 유니폼을 입고 내 앞에 서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세월의 흔적으로 가득했지만, 그 눈빛만은 내 기억 속 그대로였다.

"어떻게... 여기서..."

"난 한 번도 떠난 적이 없었어. 그저 다른 이름으로, 다른 모습으로 살았을 뿐이야." 그녀가 말했다. "네가 예약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만큼은 도망치지 않기로 했어."

창밖으로 바다는 이제 완전히 어둠에 잠겨 있었다. 하지만 512호실의, 이 오래된 호텔 방 안에서는, 15년간의 어둠이 마침내 걷히기 시작했다. 때로는 재회를 위해 누군가는 떠나야만 하는 걸까. 그녀의 손을 잡으며 생각했다. 이 호텔은 우리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의 장소가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