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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아이돌

화장품 아이돌: 빛나는 가면 아래

"화장품은 거짓말쟁이다. 아니, 내가 거짓말쟁이다."라고 유채는 거울 앞에서 매일 아침 자신에게 속삭였다.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파운데이션이 흘러내렸다. 완벽한 피부를 만들기 위한 첫 단계. 22번째 생일을 맞은 오늘, 유채는 데뷔 3주년을 맞은 걸그룹 '라이트블룸'의 센터였다.

메이크업 룸의 불빛은 그녀의 피부 위에서 춤을 췄다. 수면 부족으로 생긴 다크서클을 컨실러로 덮으며 유채는 어제 밤 소속사 회장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너희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화장품 라인을 론칭하기로 했어. 네가 메인 모델이야.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콘셉트야." 그 말을 들으며 유채는 웃었다. 자연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두꺼운 메이크업 아래 숨겨진 여드름과 붉은 자국들을 떠올리며.

파우더 브러시가 얼굴을 쓸고 지나가자 미세한 분진이 공기 중에 흩어졌다. 유채는 기침을 참았다. 오늘은 화장품 브랜드 론칭 기자회견 날이었다. 그녀는 아이섀도 팔레트를 들어 올리며 자신의 눈을 예술 작품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매일 두 시간씩 진행되는 의식. 그녀만의 갑옷을 입는 시간.

"피부 트러블로 힘들 때도 있지만, 저는 피부 관리에 정말 신경 써요. 물을 많이 마시고, 채소를 많이 먹고..." 기자회견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대사를 연습하는 유채의 입술이 움직였다. 거짓말이었다. 사실 그녀의 피부는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 끊임없는 메이크업으로 망가져가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 그녀는 완벽했다. 카메라 플래시 아래서 환하게 빛나는 피부, 생기 넘치는 미소,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 "이 제품들은 제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품이에요. 저와 같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원하신다면..." 말을 이어가는 동안 목 뒤로 땀이 흘러내렸다. 에어컨 바람이 차가웠지만, 유채의 내면은 불타고 있었다.

행사가 끝나고 화장실에 들어간 유채는 거울 속 완벽한 자신을 마주했다. 갑자기 참을 수 없는 충동이 일었다. 물을 틀어 손을 적신 후, 그녀는 천천히 자신의 얼굴에 물을 끼얹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메이크업이 녹아내리며 실제 피부가 드러났다. 붉은 자국들, 여드름 흉터, 피로한 눈가. 현실의 유채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유채는 흠칫 놀랐다. 신인 걸그룹 멤버였다. 그 아이도 유채를 보고 놀란 표정이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그 아이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말이 나왔다. "선배님... 저도... 보여드려도 될까요?" 그러더니 조심스레 화장을 지우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의 민낯을 바라보았다. 완벽함의 가면 아래 숨겨진 불완전한 현실을. 그리고 유채는 오랜만에 진짜 웃음을 지었다. 다음 날, 유채는 소속사에 찾아갔다. "화장품 광고, 컨셉 바꾸고 싶어요. '완벽한 아름다움'이 아닌, '진짜 아름다움'으로요."

한 달 후, 새로운 캠페인이 론칭되었다. 화면 속 유채는 메이크업을 지우며 자신의 진짜 얼굴을 조금씩 드러냈다. 그리고 말했다. "아름다움은 완벽함이 아닌 진정성에서 시작됩니다." 소셜미디어는 폭발했다. 수많은 팬들이 자신의 민낯을 해시태그와 함께 올리기 시작했다. 유채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 화면에는 끝없이 올라오는 메시지들. 거울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에는 화장이 없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