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유튜버의 이면
링라이트가 꺼지자마자 박지아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카메라를 향해 30분 동안 유지했던 밝은 표정이 무거운 피로로 대체되는 데는 단 1초면 충분했다. 그녀는 화려한 화장품들이 가득한 테이블 위에서 방금 찬양했던 제품을 집어 들고는 쓰레기통에 던졌다.
"이게 몇 번째야?" 지아는 자신에게 중얼거렸다. 방 안에는 수백 개의 화장품이 정리되어 있었다. 그중 대부분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녀의 유튜브 채널 '지아의 뷰티 시크릿'은 구독자 100만 명을 돌파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큰 비밀은 바로 그 화장품들에 숨겨져 있었다.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며 지아는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최신 영상 댓글을 확인했다. "언니 덕분에 이 제품 구매했어요! 정말 좋아요!" "지아님 추천하면 무조건 사요!" 이런 댓글들을 볼 때마다 그녀의 가슴속에서는 무언가가 조금씩 무너져 내렸다.
모든 것은 6개월 전, 그 화장품 브랜드의 마케팅 이사가 그녀에게 연락했을 때 시작됐다. "좋게 생각하세요, 지아님. 우리는 단순히 비즈니스 관계를 제안하는 겁니다. 당신은 제품을 홍보하고, 우리는 그에 걸맞은 보상을 제공하죠." 그때는 그저 한두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리뷰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자신이 만들어낸 거짓말의 미로 속에 갇혀 있었다.
지아는 얼굴에 묻은 화장을 지우기 시작했다. 클렌징 오일이 그녀의 완벽했던 메이크업을 녹여내리자, 그 아래 숨겨진 붉은 발진이 드러났다. 그녀가 오늘 영상에서 "민감한 피부에도 자극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던 바로 그 제품 때문에 생긴 알레르기 반응이었다.
"내일은 어떤 거짓말을 해야 하지?" 그녀는 거울을 바라보며 물었다. 거울 속 여자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새 영상 아이디어 회의 - 오전 10시'라는 알림이 떠 있었다.
그날 밤, 지아는 오랜만에 자신의 첫 영상을 다시 보았다. 메이크업에 대한 순수한 열정, 조회수나 수익에 대한 걱정 없이 카메라 앞에서 빛나던, 3년 전의 자신을.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제품을 소개해드릴게요."라고 말하던 그 목소리에는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진정성이 담겨 있었다.
새벽 세 시, 지아는 결심했다. 컴퓨터를 켜고 새 영상 녹화를 준비했다. 수면 부족으로 충혈된 눈, 화장기 없는 얼굴, 그리고 피부의 붉은 발진까지 그대로 노출한 채. 링라이트를 켜고 카메라의 녹화 버튼을 눌렀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여러분께 말하지 않았던 진실에 관한 이야기..."
다음 날 아침, '지아의 뷰티 시크릿' 채널에는 새 영상이 올라왔다. 제목은 단 한 줄이었다. "더 이상의 거짓말은 없습니다." 그 영상은 화장품 업계와 뷰티 유튜버들의 숨겨진 세계를 뒤흔들 폭풍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