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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재회

화장품으로 새겨진 재회

그녀의 향기가 먼저 나를 찾아왔다. 지하철 혼잡한 아침 러시아워, 수백 개의 냄새가 뒤섞인 공간에서도 그 특유의 바닐라와 재스민 향이 섞인 향수는 10년의 시간을 무색하게 했다.

"민지야."

내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내 앞에 선 그녀는 조금 더 길어진 머리카락과 더 세련되어진 옷차림으로 변해 있었지만, 그 눈동자만은 여전했다.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녀의 눈가에 잠시 망설임이 스쳐지나갔다.

"서준 오빠?"

내 이름을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10년 전의 기억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대학 졸업 후 그녀가 화장품 브랜드 연구원으로 떠나기 전, 우리의 마지막 밤. 이별을 알리는 그녀의 입술 위에 맺힌 눈물방울. 그리고 마지막 선물로 내게 건넸던 그 작은 화장품 세트.

"아직도 그 향수를 쓰는구나."

그녀의 뺨이 붉게 물들었다. "너무 좋아하던 향이라... 내가 만든 첫 제품이기도 하고."

지하철이 다음 역에 정차했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떠밀리듯 내리는 사이,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미끄러질 듯 부드러운 그녀의 손등이 내 굳은살 박힌 손바닥에 닿았다.

"아직도 화장품 개발해?"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내 브랜드야. 작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어."

우리는 역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그녀는 작은 가방에서 립스틱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진한 버건디 색상의 케이스, 그리고 그 위에 새겨진 작은 별 문양. 10년 전 내가 그녀에게 그려준 디자인이었다.

"기억나? 내 첫 제품 디자인. 오빠가 그려준 거."

손바닥 크기의 작은 화장품 하나가 시간의 다리를 만들어낸 순간이었다. 그녀는 내게 립스틱을 건넸다.

"개봉해봐."

케이스를 돌려 열자 립스틱 밑바닥에 작게 새겨진 글자가 보였다. 'For S.J. - The one who gave me colors'

눈물이 핑 돌았다. 10년간 나는 건축가로서 수많은 건물을 디자인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던 디자인은 이 작은 립스틱 케이스의 별 문양이었다.

"모든 제품 밑바닥에 이 문구를 새기고 있어.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지만."

그녀의 눈에서도 눈물이 맺혔다. 창밖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 사이의 10년의 시간은 마치 없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작은 화장품 하나가 다시 이어준 인연. 그날 이후로, 나는 매일 아침 그녀가 만든 향수를 뿌린다. 향기가 퍼질 때마다, 우리가 다시는 헤어지지 않을 것임을 기억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