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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아이돌: 부장님의 이중생활

김준석 부장은 결재 서류에 도장을 찍으며 창밖으로 흘러나오는 비명 같은 환호성에 미간을 찌푸렸다. 마흔다섯의 중견 회사원인 그가 대기업 마케팅부의 부장으로 일하는 동안, 회사 건물 1층에는 엔터테인먼트 기획사가 들어섰다.

"김 부장님, 오늘 업무 보고 준비됐습니다." 사원 민지가 노크와 함께 문을 열었다. 준석은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 모른다. 오늘 밤 그가 누구가 될지.

영업부와의 미팅이 끝난 것은 저녁 7시였다. 사무실이 한산해질 때까지 기다린 그는 회사 뒷문으로 빠져나가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 트렁크에서 꺼낸 검은 가방 안에는 그의 두 번째 삶이 담겨 있었다.

화장실 칸에 들어가 그는 변신을 시작했다. 스킨타이트 블랙 진, 반짝이는 실버 재킷, 그리고 세심하게 붙인 가발. 거울에 비친 모습은 45세 김준석 부장이 아니라, 28세의 아이돌 '루나틱 J'였다. 지난 6개월간 그는 온라인에서 중년의 신개념 아이돌로 조용히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의 변신은 우연히 시작됐다. 딸의 댄스 경연대회를 도와주다 우연히 찍힌 영상이 SNS에서 화제가 됐고, 익명으로 활동하면서 그는 점점 더 자유로운 자아를 발견했다. 낮에는 꼿꼿한 회사 간부, 밤에는 무대 위의 스타. 그 누구도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그날 밤, 소규모 클럽에서 '루나틱 J'는 다시 한번 무대에 올랐다. 형광등 아래 그의 땀방울이 번쩍였고, 관객들의 환호성은 그를 더욱 고조시켰다. 이것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인생은 너무 짧아요. 우리 함께 춤추시죠!" 그의 시그니처 문구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공연을 마치고 뒷정리를 하던 중,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김... 부장님이세요?" 민지였다. 그녀의 손에는 '루나틱 J' 팬클럽 뱃지가 반짝였다.

얼어붙은 침묵이 흘렀다. 준석은 가발을 벗었다. "이건... 설명할 수 있어."

민지의 표정이 놀라움에서 흥분으로 바뀌었다. "설명이 필요 없어요! 제가 당신의 1호 팬이에요! 그런데... 내일 프레젠테이션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예상치 못한 반응에 준석은 웃음이 터졌다. "걱정 마. 프로는 프로답게."

다음 날 아침, 김준석 부장은 완벽한 정장 차림으로 회의실에 들어섰다. 그가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자, 처음으로 그의 목소리에 '루나틱 J'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회의실은 그의 또 다른 무대가 되었고, 임원들은 그의 또 다른 관객이었다.

그 주 금요일, 회사 복도에는 익명의 제보로 신입사원 환영회에 '루나틱 J'가 특별 게스트로 온다는 소문이 퍼졌다. 준석의 책상 서랍 안에는 반짝이는 실버 재킷이 조용히 접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