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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운동

회사와 운동: 체질 개조 프로젝트

첫 번째 계단을 오를 때부터 내 다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23층까지 걸어 올라간다는 것은 분명 미친 짓이었지만, 난 이미 그 광기의 계약서에 서명한 상태였다.

"김 과장, 지난달 건강검진 결과 심각해요. 우리 회사 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게 어떨까요?"

한 달 전, 대표이사가 직접 내 책상으로 찾아와 건넨 말이었다. 그가 제안한 '체질 개조 프로젝트'는 단순했다. 3개월 동안 매일 아침 출근할 때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점심시간에는 회사 헬스장에서 30분 운동, 퇴근 전 회의실에서 요가 세션 참석. 그게 전부였다. 성공하면 특별 보너스와 함께 승진 기회. 실패하면... 실패는 없다고 했다.

10층을 지나자 숨이 턱에 차올랐다. 와이셔츠는 이미 땀으로 등판이 흠뻑 젖었고, 심장은 귀에서 쿵쾅거렸다. 회사 로비에서 만난 동료들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김 과장, 정말 할 거야? 대표 앞에서 허세 부리다 쓰러지면 어쩌려고?"

15층. 다리가 납덩이처럼 무거워졌다. 회의실 창문으로 보이는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흐릿하게 일렁였다. 직원들의 은밀한 내기가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 내가 이 프로젝트를 얼마나 버틸지에 대한.

20층 근처에서 누군가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황 상무였다. 그는 나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곧 미소를 지었다.

"김 과장, 20층까지 왔네. 인상적이야." 그리고는 귓가에 속삭였다. "이거 비밀인데, 대표가 제안한 모든 사람들 중에 17층을 넘은 사람은 너뿐이야."

그제서야 깨달았다. 이 '체질 개조 프로젝트'는 단순한 건강 증진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이건 의지력 테스트였다. 회사 생활도, 운동도 결국은 끝까지 가는 인내의 문제라는 것을.

마지막 계단을 올라 23층 문을 열자,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들이 박수를 치며 나를 맞이했다. 그들 모두 운동복 차림이었다.

"축하합니다, 김 과장. 이제부터 진짜 시작입니다."

대표가 내게 건넨 것은 승진 서류가 아닌 러닝화 한 켤레였다. 그리고 창밖으로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마라톤 코스가 보였다. 회사와 운동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 나는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 계단을 오르며 버려진 것은 단순한 칼로리가 아니라, 내 안의 한계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