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이면 유튜버
구준호 부장은 출근 시간 10분 전, 항상 사무실 화장실 가장 안쪽 칸에 들어가 넥타이를 조이고 마지막 점검을 한다. 오늘은 특별히 카메라 앱을 열어 자신의 얼굴을 비춰본다. 눈밑의 다크서클을 가리기 위해 추가로 바른 컨실러가 잘 발려있는지 확인한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도 찾아온 직장인의 이중생활, '회사에서는 부장, 밤에는 유튜버' 채널입니다. 오늘의 미션은 바로..."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구준호는 급히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그의 채널 구독자는 어제 89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아무도 모른다. 아니, 아직은.
오전 회의에서 그는 완벽한 부장이다. 차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실적을 분석하고, 사원들의 보고서에 날카로운 지적을 던진다. 커피 한 잔을 들이키는 그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권위적이다. 하지만 그 시선은 종종 회의실 조명이 만드는 그림자의 각도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의 밸런스를 가늠하고 있다. '이 각도라면 촬영하기 좋겠는데...'
점심시간, 혼자 먹는 도시락을 앞에 두고 그는 스마트폰으로 댓글을 확인한다. "부장님 목소리가 ASMR 같아요!", "오늘 회사 탈출 계획 언제 공개하시나요?", "진짜 회사 사람들은 모르나요?". 그는 미소 짓는다. 어제 업로드한 '악덕 상사 유형별 대처법' 영상이 벌써 2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자신의 상사를 모델로 삼았던 그 영상이.
저녁, 모두가 퇴근한 사무실.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유튜브용 소형 조명을 켜고 스마트폰을 삼각대에 거치한다. "오늘은 특별히 회사에서 몰래 찍는 '직장인의 진짜 일과'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에 들리던 권위적인 톤과는 완전히 다르다. 부드럽고, 친근하고, 진정성이 느껴진다.
촬영을 마치고 영상을 편집하는 동안, 그는 종종 생각한다. 구독자 100만이 되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지만,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야간 근무 경비원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그는 움찔하며 모니터를 끈다. 이중생활의 긴장감은 때로 그를 질식시키는 것 같다.
다음날 아침, 부사장이 그를 사무실로 부른다. 심장이 쿵쾅거린다. "준호 부장, 자네 유튜브 하나?" 얼어붙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부사장이 웃으며 말한다. "재밌게 봤네. 특히 나를 모델로 한 악덕 상사 영상. 우리 회사 브랜딩에 한번 활용해보면 어떨까?"
그날 밤, 구준호는 새 영상을 올린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부터 저는 회사의 공식 유튜버가 되었습니다." 화면에는 회사 로고가 선명하게 보이고, 그 옆에 부사장이 미소 짓고 있다. 댓글은 분노로 가득하다. "팔아넘겼다", "더 이상 리얼하지 않을 것", "구독 취소합니다."
100만 구독자를 달성한 날, 구준호는 회사 옥상에 선다. 손에는 사직서 대신 새 계약서가 들려있다. 자신의 이중생활이 담긴 영상을 바라보는 전 세계 시청자들처럼, 그도 이제 두 개의 세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아니, 어쩌면 두 세계를 하나로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카메라를 켜고 그가 말한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특별한 소식이 있습니다." 구독 버튼이 눌리는 소리가, 마지막으로 들리는 회사의 소음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