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회사, 새로운 재회
그날, 23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나는 십 년 전의 기억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목격했다. 한성기업 신입사원 연수장에서 처음 만났던 그녀가, 이제는 내 새로운 상사로 서 있었다.
"김대리, 오늘부터 우리 팀에 합류하게 된 최과장님입니다." 부장의 소개가 귓가에 맴돌았지만, 내 시선은 그녀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나를 알아보는 미세한 흔들림이 느껴졌다. 회의실 공기는 갑자기 무거워졌고, 형광등 불빛 아래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은 열 번의 겨울을 지나온 흔적이 보였다.
"반갑습니다, 함께 좋은 성과 내도록 해요." 그녀의 목소리는 십 년 전보다 단단해졌지만, 귓가에 맴도는 음색은 여전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인턴이었고 나는 신입사원이었다. 차가운 회사 복도에서 늦게까지 남아 프로젝트를 함께 완성했던 날들. 커피 머신 앞에서 나눈 속삭임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그녀의 사직서.
점심시간, 사내 카페테리아의 소음 속에서 우리는 마주 앉았다. "10년이나 지났는데, 넌 그때 그 표정 그대로야." 그녀가 말했다. 플라스틱 식판 위에 놓인 김치찌개에서 올라오는 김이 그녀의 얼굴을 희미하게 가렸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너는 달라졌어. 더 강해 보여."
"그럴 수밖에. 이 회사를 떠난 후 세 개의 회사를 더 경험했으니까." 그녀의 말에는 쓴맛이 묻어있었다. "네가 떠난 이유가 궁금했어." 내 말에 그녀는 잠시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너와 같은 회사에 있으면 내 성장이 멈출 것 같았어. 항상 네 그림자에 가려질 것 같았거든."
오후 회의에서 그녀는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였다. 십 년 전 내가 가르쳐준 파워포인트 기본기는 이제 나를 압도하는 실력이 되어 돌아왔다. 회의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스카이라인처럼, 그녀는 높이 올라가 있었다.
퇴근 시간, 우리는 같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다시 만나서 기뻐." 그녀가 말했다. 나는 잠시 침묵했다. "나도. 하지만 이제 넌 내 상사야. 우리 관계는 달라졌어." 그녀가 웃었다. "관계는 직급이 정하는 게 아니야. 회사는 그저 우리가 만나는 공간일 뿐이야."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로비의 차가운 공기가 우리를 맞았다. "내일 아침, 내 사무실로 와. 예전처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어." 그녀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회전문을 지나 바깥으로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 재회가 새로운 시작인지, 아니면 미완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것인지 생각했다. 회사라는 숲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길을 잃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