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 영상의 그림자
조회수 천만을 돌파한 간식 리뷰 영상 아래,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렀다.
"민준의 먹방이 가짜라는 걸 언제까지 숨길 생각이야?"
스마트폰 화면이 흔들렸다. 엄지가 저절로 댓글창을 스크롤했지만, 그 악의적인 댓글은 이미 수백 개의 '좋아요'를 받고 있었다. 화면 너머로 얼음처럼 차가운 공포가 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창밖은 이미 어두워졌고, 촬영 장비와 먹다 남은 간식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진 내 원룸은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일주일 전, 열여섯 번째 간식 리뷰 영상을 올렸을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맛있게 먹는 ASMR'이라는 단순한 콘셉트로 시작한 채널이 삼 개월 만에 구독자 50만을 돌파했다. 댓글에는 "민준이 먹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나도 행복해져" 같은 말들이 가득했다.
내가 실제로는 그 어떤 간식도 제대로 맛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선천적 미각 장애로 단맛, 짠맛, 신맛의 구별이 불가능한 나에게 먹방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은 아이러니 그 자체였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맛있는 표정'은 점점 완벽해졌고, 영상 촬영이 끝나면 대부분의 음식은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스크롤을 멈추고 그 댓글을 다시 읽었다. 누군가 알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촬영 중간에 음식을 뱉어내는 모습을 본 사람? 아니면 내 의료 기록을 어디선가 입수한 사람?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날 밤, 새 영상 준비를 위해 산 과자와 초콜릿 더미를 바라보며 핸드폰을 켰다. 새로운 댓글이 달려 있었다.
"다음 영상에서 내가 보낸 수제 초콜릿을 먹어줘. 맛을 정확히 묘사해봐."
발신인은 없었지만, 직감적으로 이전 댓글을 단 사람과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문 앞에 놓인 작은 상자 안에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초콜릿이 있었다. 메모지에는 한 줄의 글만 적혀 있었다.
"진실 혹은 연기, 선택은 자유야."
카메라를 설치하고 녹화 버튼을 눌렀다. 시작을 알리는 내 특유의 인사말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 초콜릿을 집어 들었을 때, 처음으로 진짜 두려움이 느껴졌다. 내가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면,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질 테니까.
초콜릿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생애 처음으로, 뭔가 맛을 느꼈다. 입 안에 번지는 강렬한 쓴맛이 혀를 타고 퍼졌다. 눈이 저절로 커졌다. 카메라를 응시하며 생각했다. 내가 지금 연기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드디어 진짜 맛을 알게 된 건지, 아무도 구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날 밤, 모니터에 비친 내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실에 가까웠다. 누군가는 내 비밀을 알고, 내가 처음으로 맛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영상을 업로드하며 댓글창을 주시했다. 마침내 그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제 진짜 간식의 맛을 알게 됐군. 하지만 그게 내가 보낸 마지막 선물이야."
창밖으로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올 때, 나는 다음 영상을 위한 새로운 간식들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