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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학교

영상 속 학교: 기억의 재생 버튼

영상이 시작되는 순간, 나는 그곳에 있었다. 17년 전의 학교, 시간이 멈춘 듯한 그곳에 다시 서 있었다. 화면 속 교실의 분필 가루가 코끝을 간질이는 것 같았고, 오래된 나무 책상에서는 여전히 그 특유의 목재 향이 풍겨 나오는 듯했다.

"이건 누가 찍은 거지?" 내 손가락이 태블릿 화면을 어루만졌다. 1996년 6월 17일, 고등학교 2학년 여름날의 기록. 누군가가 당시 소형 캠코더로 담아낸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25년이 지난 지금, 이 작은 화면을 통해 내게 돌아왔다.

영상 속 교실에서 희미하게 웃고 있는 그 아이는 분명 나였다. 창가에 앉아 공책에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는 모습. 카메라는 잠시 다른 아이들을 담다가 다시 내게 돌아왔다. 그때 나는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 미소가 누구를 향한 것이었는지, 나는 도무지 기억해낼 수 없었다.

"정우야, 뭐 보고 있어?" 아내의 목소리에 나는 흠칫 놀랐다.

"어... 옛날 학교 영상인데, 누가 보내줬어." 나는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누가? 동창회 준비하는 사람들?"

"아니, 발신자가 없어. 그냥 메일로 왔어."

아내는 잠시 화면을 들여다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너 완전 귀여웠네. 그런데 이 영상, 좀 이상하지 않아? 화질이 너무 좋은데?"

그제야 나는 자세히 보았다. 1996년의 영상치고는 너무나 선명했다. 더구나 그때는 누구도 내 얼굴을 이렇게 클로즈업해서 찍지 않았을 텐데. 영상 속 내 표정은 마치 어제 찍은 것처럼 생생했고, 교실의 먼지 한 톨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메일을 다시 열어보니 짧은 메시지가 있었다. "기억의 순간을 되돌려드립니다. 우리는 당신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영상을 다시 재생했다. 이번에는 마지막 장면에 주목했다. 교실을 벗어나 복도로 향하던 카메라가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순간 포착했다. 그런데 그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은... 지금의 내 모습이었다. 40대 중반, 흰머리가 조금 섞인, 분명 현재의 나였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잊고 있던 그 학교 앞에 서 있었다. 낡은 건물은 이미 철거된 지 오래였지만, 폐허 속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교실 하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을 열자 그곳에는 오래된 캠코더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접힌 쪽지 하나. "당신이 이곳에 오지 않는다면, 그 영상 속 기억은 영원히 사라집니다."

캠코더를 집어 들었다. 녹화 버튼을 누르는 순간, 교실은 천천히 1996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니터에는 내가 기억하는 그 날의 나 자신이 앉아 있었다. 그 아이는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우리의 시선이 만났다. 나는 알았다.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