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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별

영상 속 이별: 마지막 프레임

재생 버튼을 누르자 그녀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선명한 HD 화질로 담긴 영상 속에서 민지는 웃고 있었다. 나는 세 번째로 이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로 그녀가 말하기 시작하기 전에 일시정지를 눌렀다.

"안녕, 재혁아. 내가 떠난 지 정확히 일주일째 되는 날 이 영상을 보게 될 거야."

그녀의 목소리는 깨끗했다. 마치 내 귓가에 속삭이는 것처럼. 창밖으로는 가을비가 조용히 내리고 있었고, 쓸쓸한 빗소리가 그녀의 말에 배경음악처럼 깔렸다. 커피 잔에서는 아직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지만, 마실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우리가 함께한 3년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어. 하지만 난 이제 가야 해. 언젠가 이해할 수 있길 바라."

영상 속 민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항상 감정을 숨기는 데 서툴렀다. 난 화면을 멈추고 싶었지만, 이번엔 끝까지 봐야 한다는 걸 알았다. 마지막 인사를 건너뛰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도망이니까.

"내 병은 점점 악화되고 있어. 의사는 6개월 정도라고 했지만, 난 그렇게 오래 너를 붙잡아둘 수 없었어. 너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어, 재혁아."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병? 무슨 병? 민지는 항상 건강했다. 적어도 내가 알던 민지는.

"내가 떠난 이유를 이렇게 영상으로 남기는 건 비겁하다는 걸 알아. 하지만 네 눈을 보며 이별을 고하자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어. 너무나 사랑했기에, 너의 슬픔을 직접 마주할 자신이 없었어."

갑자기 방 안의 모든 것이 너무 선명하게 느껴졌다. 책상 위에 놓인 우리의 마지막 여행 사진, 그녀가 좋아하던 라벤더 향초, 그리고 지난주에 도착한 그녀의 소포 - 내 생일 선물이라고 했던. 그 속에 이 USB가 들어있었다.

"이 영상을 보고 날 찾아오지 마. 내가 어디 있는지, 어떤 상태인지 알려고 하지 마. 이것이 내 마지막 선물이야. 자유로운 이별.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영상은 그렇게 끝났다. 검은 화면에 내 얼굴이 희미하게 비쳤다. 나는 천천히 노트북을 닫았다. 창밖의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 때로는 가장 진실된 사랑의 형태가 이별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녀의 마지막 프레임에 담긴 미소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 영상 속에서, 우리의 사랑은 영원히 완벽한 상태로 보존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