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영상: 그날의 기록
재생 버튼을 누르는 순간, 15년 전의 학교가 눈앞에 펼쳐졌다. 촬영된 날짜는 2009년 5월 17일,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을 때였다. 창백한 형광등 불빛 아래 교실의 모습은 마치 어제의 일처럼 선명했다.
"야, 민수야! 카메라 좀 이쪽으로!" 영상 속에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카메라를 들고 있던 나는 그 소리에 따라 렌즈를 돌렸고, 그때 웃고 있던 친구들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책상 위로 흩어진 교과서들, 칠판 한쪽에 희미하게 남은 수학 공식, 그리고 뒤편에서 몰래 게임기를 만지작거리던 종우까지.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손가락으로 액정을 쓸어내리자 카메라는 교실 구석에 앉아있던 소녀를 비췄다. 윤서였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책에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그녀는 잠시 고개를 들어 렌즈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심장이 한 번 크게 요동쳤다. 그 미소가 나를 위한 것이라고 착각했던 열여덟의 나는 그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 녹화 버튼을 눌렀다.
"선생님 오신다!"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교실은 순식간에 정적에 잠겼다. 카메라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고, 교실 앞문이 열리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하지만 들어온 사람은 담임 선생님이 아니었다.
"여러분, 잠시만요." 교무실 조교였던 박 선생님이 긴장된 표정으로 말했다. "윤서 학생, 교무실로 좀 오세요. 부모님께서... 부모님께서 오셨습니다."
윤서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을 덮었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교실을 나갔다. 카메라는 그녀의 뒷모습을 쫓았다. 그리고 그것이 영상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다음 날, 윤서는 전학을 갔다. 아무런 인사도 없이. 우리는 그녀가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발령으로 외국으로 떠났다고만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촬영한 영상의 마지막 프레임에 윤서가 책상 위에 남겨둔 메모장이 잠깐 비쳤기 때문이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요. 죄송합니다."
15년 만에 다시 이 영상을 보게 된 이유는 오늘 아침, 한 여성 의사가 병원에서 나를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오래된 SD 카드를 꺼내며 말했다. "민수 씨, 기억하세요? 제가 윤서예요. 그날의 진실을 알려드릴게요."
영상은 끝났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