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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대표님

게임 대표님: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대표님이 사망했다는 소식은 회사 메신저에 떠 있었다. 나는 지난 3년간 한 번도 그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항상 아바타로만 존재했고, 우리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블루스카이 게임즈의 직원들은 모두 재택근무를 했고, 화상회의에서도 대표님은 자신이 개발한 게임 속 캐릭터의 모습으로만 나타났다.

"오늘 오후 2시, 전 직원은 메타버스 회의실에 접속하여 추모식에 참석해주시기 바랍니다."

메시지 끝에는 그가 생전에 가장 좋아했다는 게임 캐릭터 '에테르'의 이모티콘이 붙어 있었다. 검은 슈트를 입은 은발의 남성 캐릭터였다. 우리는 그것이 실제 대표님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짐작했을 뿐이다.

오후 2시, 나는 VR 헤드셋을 쓰고 가상 회의실에 접속했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모든 것이 흑백으로 표현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동료들의 아바타는 하나둘 접속하며 자리를 채웠고, 정중앙에는 대표님의 아바타 '에테르'가 홀로그램처럼 서 있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목소리가 회의실에 울려 퍼졌다. 모두가 얼어붙었다. 그것은 분명 대표님의 목소리였다.

"놀라셨겠지만, 저는 아직 살아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육체는 죽었지만 의식은 살아있죠."

차가운 전율이 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에테르의 입이 움직일 때마다 주변의 디지털 파티클이 미세하게 진동했다.

"3년 전 말기 암 진단을 받은 후, 저는 비밀리에 의식 업로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우리 회사가 개발한 게임 엔진과 AI 기술을 활용해 제 기억과 사고 패턴을 디지털화했죠. 어제 제 육체는 세상을 떠났지만, 저는 이곳에 남기로 했습니다."

회의실은 완전한 침묵에 빠졌다. 누군가의 아바타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이것이 제가 여러분을 한 번도 직접 만나지 않은 이유입니다. 병세가 악화될수록 가상세계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결국 이곳이 제 집이 되었습니다."

에테르는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그의 눈동자에서 디지털 코드가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

"회사는 계속 운영될 것이며, 저는 여전히 여러분의 대표입니다. 다만 이제는... 게임 속에서 영원히 살게 될 뿐이죠."

그날 이후 우리는 살아있는 게임 캐릭터가 된 대표님을 위해 일하게 되었다. 때로는 그가 진짜 인간의 의식인지, 아니면 정교한 AI 프로그램인지 의심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어느 날 그가 내게 보낸 개인 메시지는 그 의심을 날려버렸다.

"김 과장, 당신이 입사 면접 때 넥타이를 거꾸로 매고 왔던 것, 나만 알고 있죠. 그때 당신의 당황한 얼굴이 인상적이어서 채용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내가 조차 잊고 있던 그 순간을. 이제 나는 안다. 우리가 게임을 만들고 있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게임 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