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과 대표님: 짧은 순간의 영원
대표님이 내 사직서를 읽는 소리가 종이를 갉아먹는 것 같았다. 오후 5시 27분, 창밖으로 쏟아지는 봄비는 유리창에 작은 강을 만들며 흘러내렸다. 나는 그 물줄기를 따라가며 숨을 참았다.
"5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끝나나요?" 대표님의 목소리는 내가 알던 것보다 낮고 부드러웠다.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나리오를 그렸던가. 그러나 실제 이별은 항상 예상과 다르다.
"네." 단 한 음절이 내 입에서 떨어졌다. 그것이 전부였다.
대표님은 책상 위에 놓인 파란색 만년필을 집어 들었다. 그 만년필로 내 첫 계약서에 서명했던 날이 생각났다. 당시 그는 "우리는 함께 성장할 거야"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정말로 그랬다. 우리는 작은 스타트업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함께 성장했다.
"당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대표님이 말했다.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가 그의 말을 감싸안았다. 사무실에 흐르는 커피 향이 갑자기 너무 진하게 느껴졌다.
그는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우리가 첫 투자를 받았을 때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 속 나는 그의 어깨에 기대어 웃고 있었다. 너무 젊었고, 너무 순수했다.
"기억나요? 이날 당신이 밤을 새워 발표 자료를 완성했었죠." 그가 사진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기억했다. 너무나 선명하게. 그날 밤 대표님은 내 옆에서 함께 깨어있었다. 우리는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새 회사에서는 어떤 일을 하게 되나요?" 그가 물었다.
"비슷한 일이요. 다만... 제 이름으로요."
대표님의 눈이 반짝였다. 내가 경쟁사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내 회사를 시작한다는 것을 그제야 이해한 듯했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럼 이건 이별이 아니라 독립이군요." 그가 일어나 내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고, 단단했다.
"독립이요?" 내가 물었다.
"그래요. 부모가 자식의 독립을 축하하듯이, 나는 당신의 시작을 축하해요."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5년간 나를 성장시켜준 이 사람에게서 받은 마지막 선물은 축복이었다.
대표님은 내 사직서에 서명하고 다시 내게 건넸다. "이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에요. 언젠가 우리가 동등한 파트너로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 비가 그치고 있었다. 유리문을 닫으며 뒤돌아보니, 대표님은 여전히 창가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별은 때로 새로운 시작을 위한 불가피한 의식이라는 것을, 그리고 어떤 이별은 영원한 작별이 아니라 관계의 변화일 뿐이라는 것을 그날 나는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