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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이별

대표님의 이별 선언문

퇴사 메일이 '전체 발송'된 순간, 사무실의 시간이 멈췄다. 나는 모니터 화면만 응시한 채 숨을 멈췄고, 주변에서 들리는 키보드 타격음과 전화 벨소리도 한 순간에 침묵했다. 메일 제목은 단 세 글자, '이별에 관하여'였다.

"5년간 함께 한 여러분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합니다."

대표님의 메일은 그렇게 시작했다. 그가 창업한 스타트업이 인수합병된다는 내용이었다. 성공적인 엑시트였지만, 그의 문체에는 승리의 기쁨보다 이별의 쓸쓸함이 묻어났다.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그의 사무실, 대표님은 창밖만 응시한 채 꼼짝도 않고 있었다.

누군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대표님 우울증 있다더라. 이 회사 세우면서 이혼까지 했는데..."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점심을 먹으러 나갔지만, 콘크리트 건물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다. 컵라면을 돌려 먹던 편의점 앞 의자에서, 문득 5년 전 면접 날 대표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회사는 가족이 아닙니다. 하지만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될 겁니다."

돌아오는 길, 로비에서 대표님과 마주쳤다. 평소처럼 정갈한 셔츠에 스니커즈를 신은 그가 먼저 말을 걸었다.

"점심 맛있게 드셨어요?"

우리는 엘리베이터에 함께 올랐다. 대표님이 물었다.

"회사가 없어진다고 하니 어떤 기분이 드나요?"

나는 잠시 고민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실감이 안 납니다."

대표님이 웃었다. "저도요. 다섯 살 아이를 키우다 대학에 보내는 기분일까요? 아니면 정말 가족과 이별하는 기분일까요?"

그날 저녁, 대표님은 모든 직원을 루프탑 바로 초대했다. 평소에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던 그가 위스키를 따랐다.

"여러분, 위스키는 숙성될수록 값어치가 올라갑니다. 우리의 이별도 그러길 바랍니다."

그날 밤, 대표님은 취해서 울지 않았다. 대신 우리가 만들었던 초창기 프로토타입, 첫 고객과의 미팅, 첫 투자 유치 순간들을 하나하나 기억해냈다. 그것은 일종의 의식 같았다—이별을 견디기 위한 기억의 의식.

다음 날 아침, 대표님의 사무실은 비어 있었다. 책상 위에는 포스트잇 한 장만이 남겨져 있었다.

"좋은 이별이 좋은 시작을 만듭니다."

창밖으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나는 문득 깨달았다. 이별이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의 불가피한 조건이라는 것을. 대표님은 그걸 알고 있었다. 우리가 가야 할 길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대표님은 그날 밤 우리 모두와 함께 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