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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짝사랑

고민의 절벽 끝에서 짝사랑을 외치다

내 마음속 고민은 16층 아파트 옥상의 가장자리처럼 위태로웠다. 서늘한 봄바람이 내 뒷목을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그녀를 향한 마음이 더욱 단단해졌다. 세 달 하고도 열여덟 날. 나는 그녀의 웃음소리를 녹음해두었다가 혼자 있을 때 들었다. 병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짝사랑이란 이토록 아름답고도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오늘도 카페 구석에 앉아 그녀가 오기를 기다렸다. 매일 오후 두 시, 그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창가 자리에 앉아 책을 읽었다. 그녀의 일상에서 가장 확실한 패턴이었고, 내 하루의 유일한 의미이기도 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녀가 들어왔다. 햇살을 가득 담은 머리카락, 조금은 피곤해 보이는 눈가, 그리고 무심코 입술을 깨무는 습관까지.

"저기... 혹시 자리 괜찮으신가요?"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창가 자리가, 그녀의 자리가 누군가에게 선점당한 날이었다. 그녀는 내 테이블로 걸어왔다. 이런 상황을 위해 시나리오를 천 번은 그려놓았지만, 그녀의 향기가 코끝에 닿는 순간 모든 대본이 증발했다.

"네, 그럼요." 기적적으로 말이 나왔다.

테이블 위에는 내가 세 번이나 읽은 소설책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알아보았다.

"어머, 저도 그 책 좋아해요. 특히 주인공이 옥상에서 고백하는 장면..."

우리의 대화는 책에서 시작되어 영화, 음악,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로 흘러갔다. 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 카드를 내밀었다. 민지. 드디어 이름을 알게 되었다.

"다음에 또 봐요."

그녀가 자리를 떠난 후, 나는 카드 뒷면에 적힌 메모를 발견했다. '사실 당신을 세 달째 지켜봤어요. 내일도 여기서 만날까요?'

고민의 무게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내가 짝사랑했던 그녀가, 나 또한 짝사랑하고 있었다니.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고민이자 짝사랑의 대상일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모른 채, 각자의 세계에서 혼자 아파하며 사랑하고 있을 뿐.

창밖으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하늘은 마치 누군가의 마음처럼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오늘 밤, 나는 16층 옥상에 올라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내일, 그곳에서 그녀에게 진짜 고백을 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