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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짝사랑

이별의 끝, 짝사랑의 시작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비 냄새가 그녀의 편지 위에 떨어진 눈물과 섞였다. 세 번째로 읽는 이별 통보였지만, 첫 번째 읽을 때와 똑같이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하루키는 그 편지를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미나의 글씨체가 점점 희미해지는 것을 지켜봤다.

"우리, 여기까지였나 봐."

거실 벽에 걸린 시계는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고, 아파트 전체가 그의 고통을 엿듣는 것처럼 고요했다. 2년의 연애가 담긴 상자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영화 티켓, 카페 영수증, 함께 찍은 사진들... 그리고 그때 발견했다. 상자 맨 아래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연보라색 편지 봉투를.

봉투 안에는 미나의 것이 아닌 다른 필체의 편지가 있었다. 날짜는 정확히 2년 전, 하루키와 미나가 만나기 시작한 바로 그 주였다.

"하루키에게, 이 편지를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를 거예요. 2년 동안 당신의 옆에서 친구로 지내며 느낀 마음을 더는 숨길 수 없어요.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서명은 '유리'였다. 하루키의 대학 동기이자, 지금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친구. 그녀는 하루키가 미나를 만나기 시작한 바로 그날,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려 했던 것이다. 근데 왜 이 편지가 미나의 상자에?

하루키는 미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 번의 신호음 후, 그녀가 받았다.

"네가 정리하고 있을 때쯤이라고 생각했어." 미나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이 편지... 어떻게 된 거야?"

"유리가 2년 전에 나에게 왔었어. 당신이 나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자기 마음을 접겠다고. 그리고 그 편지를 내게 줬지. '언젠가 너희가 헤어지면 하루키에게 이걸 전해달라'고."

하루키의 머릿속에서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점심시간마다 함께 먹던 유리, 야근할 때 항상 옆에 있어준 유리, 그리고 자신의 취향을 모두 외우고 있던 유리.

"미나, 우리가 왜..."

"우리 사이에 문제가 있던 건 아니야, 하루키. 단지... 네가 다른 사람을 더 사랑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을 뿐이야. 네 휴대폰에 있는 유리와의 대화를 봤어. 업무 관련 내용이었지만, 네가 나와 대화할 때보다 더 활기차 보였어."

밤새 하루키는 잠들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유리와 마주쳤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미소 지었지만, 하루키는 이제야 그 미소 뒤에 숨겨진 2년간의 마음을 볼 수 있었다.

"안녕, 하루키. 오늘 괜찮아 보이지 않네."

하루키는 주머니에서 연보라색 편지를 꺼냈다. 유리의 얼굴에서 혈색이 사라졌다.

"오늘 저녁, 시간 있어?"

그녀의 눈에 맺힌 눈물이 이별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작의 빛으로 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