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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학교

짝사랑의 교실: 학교 창가에서

창가 자리에 앉은 민지는 오늘도 그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눈이 마주칠까 두려워 항상 세 자리 뒤에서 지켜보는 것이 그녀의 일상이 된 지 벌써 한 학기가 지났다.

분필 가루가 희미하게 떠다니는 오후 교실. 졸음을 참으며 수학 공식을 받아적는 학생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선명하게 보이는 건 창호의 까만 머리카락이다. 봄볕에 반짝이는 그의 머리카락은 마치 물결처럼 일렁인다. 민지는 자신도 모르게 연필을 멈추고 그 물결에 시선을 빼앗긴다.

"이번 조별 과제는 제비뽑기로 정하겠습니다." 담임 선생님의 말씀에 교실이 술렁인다. 민지의 심장은 마구 뛰기 시작한다. 확률이란 냉정한 수치 속에서도 기적은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손바닥에 땀이 배어나온다.

기적은 정말로 일어났다. 창호와 같은 조. 4명으로 구성된 조에서 민지는 처음으로 창호와 마주 앉게 되었다. 학교 도서관에서의 첫 만남, 그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낮고 부드러웠다. "너 필기 정말 깔끔하다. 노트 좀 빌려줄 수 있어?"

두 달간의 조별 활동. 민지의 일기장은 창호의 사소한 습관들로 가득 찼다. 연필을 돌리는 손가락, 생각할 때 입술을 깨무는 버릇, 맛있는 것을 먹을 때 나오는 웃음소리. 학교 구석구석이 그와의 추억으로 채워졌다. 급식실의 창가 자리, 체육관 뒤편 벤치, 옥상으로 가는 비밀 계단까지.

그러나 짝사랑은 상대가 모르게 피어나는 꽃이다. 민지는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학교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무표정을 연습했다.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저 일기장에만 솔직했다.

발표 전날, 학교 도서관에서 밤늦게까지 남아 작업했다. 창호와 단둘이. "다들 먼저 가서 마무리는 우리가 하자"는 창호의 제안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창밖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소리가 점점 커지는 가운데, 민지는 용기를 내 질문했다. "나 어때?"

창호는 잠시 멈칫했다가 노트북에 시선을 고정한 채 대답했다. "넌 정말 좋은 친구야." 창문을 때리는 빗방울처럼 민지의 마음도 산산이 부서졌다. 그렇게 짝사랑은 끝이 났다고 생각했다.

발표가 끝난 날, 민지의 책상 위에 쪽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어 다행이야. 내 짝사랑이 헛되지 않았구나." 창호의 필체였다. 민지는 혼란스러웠다. 고개를 들어 창호를 찾았지만, 그는 이미 교실을 나간 뒤였다.

학교 옥상으로 달려간 민지. 거기서 창호는 민지의 일기장을 들고 서 있었다. "미안해, 지난번에 네 가방에서 떨어진 걸 주우려다가... 읽지 말아야 했는데." 창호의 얼굴이 붉어졌다. "모든 날들이 특별했구나. 나한테는 그냥 평범한 하루였지만, 네게는 매 순간이 반짝였다는 게 놀라웠어."

민지의 짝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 학교라는 공간은 때로는 짝사랑의 시작점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사랑이 커져 서로를 발견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옥상에서 내려다 본 운동장의 벚꽃잎들이 바람에 흩날렸다. 마치 민지의 마음속 비밀들이 자유롭게 날아가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