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짝사랑이별

짝사랑의 이별: 한 번도 시작하지 않은 끝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이 흐릿해질 때마다, 그의 얼굴은 더욱 선명해졌다. 우리가 처음 만난 건 3년 전 겨울, 도서관 구석에서였다. 나는 그를 알았지만, 그는 나를 모르는 관계였다. 완벽한 짝사랑의 시작이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카페 구석에 앉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따뜻한 카페라떼에서 올라오는 김이 안경에 서려 그의 모습을 잠시 가렸다가 다시 드러냈다. 그는 언제나처럼 창가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그의 검지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내 심장도 함께 넘어가는 것 같았다. 내가 그에게 건네지 못한, 봉인된 편지는 이제 서랍 속에 스물세 장. 매주 한 장씩 써온 고백이었다.

"오늘은 말할 수 있을까?"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아니, 오늘도 아마 말하지 못할 것이다. 어제와 다름없이, 내일도 그럴 것이다. 그저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것이 내 사랑의 한계였다.

그런데 그날, 무언가 달랐다. 그의 테이블에 누군가가 앉았다. 처음 보는 여자였다. 그녀가 앉자 그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미소였다. 그녀의 손을 잡는 그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친밀감은, 내가 상상으로만 그려왔던 것들을 현실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시간이 멈춘 듯했다. 커피는 식어갔고, 창문에 맺힌 물방울이 천천히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 물방울을 따라 내 눈에서도 무언가 흘러내렸다.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김우진 결혼식 초대장"이란 문자가 떠 있었다. 그의 이름이었다.

그렇게 나는 그와 이별했다. 한 번도 시작한 적 없는 관계의 끝을 맞이했다. 짝사랑의 끝은 언제나 혼자만의 이별이다. 아무도 모르는,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는 이별. 내 안에서 서서히 사그라지는 감정의 장례식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서랍 속의 편지들을 꺼내 하나씩 찢었다. 종이 조각들이 바람에 흩날렸다. 쓰레기통에 버리려던 마지막 편지를 펼쳐 보았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이제 저를 사랑할 차례입니다."

그날 밤, 내 방의 작은 창문으로 별이 유난히 밝게 빛났다. 짝사랑의 이별이 끝나는 순간, 비로소 나 자신과의 만남이 시작된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