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고백, 첫 남친
"이번이 마지막 고백입니다."
내 20년 인생에서 열한 번째 고백이었다. 그리고 이 말은 진심이었다. 서울대학교 도서관 창가 자리에서, 빛바랜 봄 햇살을 받으며 나는 눈을 감았다. 눈을 떴을 때, 경준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단지 검은 테 안경을 올리며 나를 응시할 뿐이었다.
"유진아, 네 고백이 열한 번째라는 게 중요한 거야?"
뜻밖의 질문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의 목소리는 따뜻했다. 도서관 창문으로 들어오는 3월의 바람처럼 선선하고, 내 분홍색 볼펜으로 메모해둔 책장 귀퉁이만큼이나 부드러웠다.
"중요한 건 네가 왜 열 번의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지야."
경준이의 말은 내 심장을 정확히 찔렀다. 열 번의 실패는 열 개의 다른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친구로만 보여', '지금은 연애할 때가 아니야', '미안해, 다른 사람이 있어'. 그런데 이번 고백은 달랐다. 뻔한 각본을 벗어나고 싶었다.
"다음 학기부터 난 교환학생으로 떠나. 1년 동안. 그전에... 내 마음을 알려주고 싶었어."
경준이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나는 거절의 말을 기다리며 숨을 참았다. 하지만 그는 조용히 창문을 열었다. 도서관 안으로 봄바람이 더 세게 들어와 내 노트 페이지를 넘겼다.
"내가 네 첫 남친이 된다면, 네 마지막 고백이 될 수 있겠네."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그가 뒤돌아서서 미소를 지었을 때, 내 심장은 교환학생 지원서보다 더 떨렸다.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어," 그가 내 앞에 다시 앉으며 말했다. "1년 후에 돌아와서 두 번째 고백을 해줘. 그때는 '이번이 평생의 마지막 고백'이라고."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봄바람에 춤추는 벚꽃처럼 가볍게, 그리고 열한 번의 고백만큼 진심으로.
그날 밤, 나는 일기에 적었다. '오늘, 열한 번째 고백은 첫 번째 남친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언젠가 해야 할 열두 번째 고백은 마지막 남편을 만들게 될 것이다.' 그때는 몰랐다. 1년 후 내가 돌아왔을 때, 그가 더 이상 그 자리에 없을 거라는 것을. 그리고 나의 열두 번째 고백이 그의 묘비 앞에서 이루어질 거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