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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영상

고백 영상: 삭제할 수 없는 진실

검은 화면에 흐릿한 얼굴이 나타났을 때, 나는 그것이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꿀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안녕, 민수야. 이 영상을 보고 있다면,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을 거야." 지연의 목소리는 마치 오래된 LP판처럼 살짝 왜곡되어 있었지만, 분명히 그녀였다.

화면 속 지연은 눈가에 맺힌 눈물을 참으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고백할 게 있어." 그녀의 입술이 떨리는 모습이 클로즈업되었다. 내 심장은 그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맞춰 쿵쾅거렸다. 푸른빛이 감도는 어두운 방에서 모니터의 빛만이 내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3년 전, 네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그건 사고가 아니었어." 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나는 본능적으로 의자에서 일어났다. 화면에서는 지연의 얼굴이 점점 선명해졌다. "술에 취한 운전자는... 내 아버지였어. 나는 그날 밤 모든 걸 알고 있었지만, 입을 다물었어.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나는 무의식적으로 오른쪽 다리를 만졌다. 금속으로 된 의족이 차가웠다. 그 사고로 나는 다리를 잃었고, 수영 선수의 꿈도 함께 사라졌다. 지연은 내 재활 과정 내내 곁에 있었다. 나를 일으켜 세우고, 다시 웃게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

"이 비밀이 나를 갉아먹었어, 민수야. 매일 밤 너를 볼 때마다, 네가 웃을 때마다, 내가 얼마나 끔찍한 사람인지 생각했어." 화면 속 지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방 안의 공기가 갑자기 무거워졌다.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어제 아버지가 자수했어. 내가 설득했어. 하지만 난... 난 네 앞에 설 용기가 없어. 이 고백 영상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야." 지연의 눈이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했다. 마치 내 눈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영상이 끝나고 검은 화면만 남았다. 새벽 3시 27분. 내 휴대폰에 그녀에게서 온 마지막 메시지가 있었다. '용서해줘. 사랑해.' 창문 밖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방울이 유리에 부딪히는 소리가 내 귓가에 울렸다.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을 켰다 껐다. 경찰에 신고해야 할까? 그녀를 찾아가야 할까? 영상을 삭제할까? 하지만 고백은 이미 내 마음속에 새겨졌다. 삭제할 수 없는 진실처럼.

비 오는 새벽, 나는 결심했다. 그녀의 번호를 눌렀다. 통화 연결음이 울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그녀가 전화를 받았을 때, 나도 고백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