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업무의 공포: 대표님이 부른다
퇴근 시간이 두 시간이나 지났는데 내 모니터만 불을 밝히고 있었다. 17층 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나는 창밖으로 검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복도에서 들려오는 느릿한 발소리가 내 귓가를 파고들었다. '똑, 똑, 똑.' 규칙적이면서도 묘하게 불규칙한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직도 일하고 있었군요, 김 과장."
대표님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평소 얼굴에 감정 한 점 없던 그가 은은하게 웃고 있었다. 형광등 불빛 아래 그의 피부는 창백하게 빛났고, 눈동자에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그의 존재감만으로도 사무실 온도가 10도는 내려간 것 같았다.
"보고서 마무리하고 있었습니다, 대표님." 내 목소리가 떨렸다.
"좋아요. 열정적이군요. 내 사무실로 잠시 와 주시겠어요?"
그 말을 거절할 수 있는 직원은 없었다. 복도를 따라 걸으며 등 뒤로 느껴지는 대표님의 시선이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처음으로 들어가 보는 대표님의 사무실은 놀랍도록 비어 있었다. 책상 위에는 오래된 타자기 하나와 먼지 쌓인 사진 한 장, 그리고 검은색 파일철이 놓여 있을 뿐이었다.
"앉으세요."
그가 가리킨 의자에 앉자 가죽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났다. 대표님은 파일철을 열었고, 형광등 불빛에 반사된 그의 안경이 하얗게 빛났다.
"김 과장, 이 회사에 몇 년째죠?"
"7년 됐습니다."
"그렇군요. 7년..." 그가 혀를 찼다. "꽤 긴 시간이죠. 하지만 아직도 모르는 게 많아 보이네요."
그의 손가락이 파일철을 넘기는 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무슨 실수라도 했나? 회사 기밀을 유출했다고 의심받는 건가?
"이 회사의 진짜 사업이 뭔지 아시나요?"
대표님이 책상 서랍을 열자 차가운 금속 냄새가 코를 찔렀다. 서랍에서 꺼낸 것은 오래된 은색 시계였다. 초침이 도는 소리가 마치 심장 박동처럼 들렸다.
"시간입니다, 김 과장. 우리는 시간을 거래하죠."
대표님이 파일철을 내게 밀어주었다. 그 안에는 지난 7년간 내가 회사에서 보낸 모든 시간이 분 단위로 기록되어 있었다. 출근 시간, 퇴근 시간, 화장실에 간 시간까지.
"누군가의 인생 시간을 사서, 필요한, 아니 '원하는' 이들에게 판매하는 겁니다. 당신처럼 자발적으로 시간을 내어주는 직원들은 특히나 가치가 높죠."
대표님의 웃음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왜 선배들이 하나둘 사라졌는지, 왜 갑자기 늙어버린 듯한 외모로 돌아왔는지, 왜 야근이 끝없이 이어지는지를.
"오늘도 두 시간이나 더 주셨네요. 고맙습니다, 김 과장."
대표님의 손가락이 시계 초침을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순간, 내 몸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그날 밤, 나는 7년이 아닌 7년+잔업시간만큼 늙어버린 얼굴로 집에 돌아왔다. 거울 속 낯선 내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내일도 대표님은 미소 지으며 말할 것이다. "오늘도 열심히 일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