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썸타기: 은밀한 쪽지의 주인
맨 처음 쪽지가 책상 위에 나타난 건 내가 민준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 바로 그날이었다. "네 미소가 좋아"라는 단순한 문장, 잘 접힌 종이, 그리고 아무런 서명도 없었다. 수줍은 고백이라 생각했다. 민준의 눈빛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졌으니까.
두 번째 쪽지는 일주일 후에 왔다. "오늘 입은 청바지가 예뻐." 이번엔 내 사물함에서 발견했다. 등골을 따라 오싹한 설렘이 흘렀다. 민준과 썸을 타는 건가?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그의 미소는 이전보다 더 눈부셨고, 나는 참을 수 없이 설렜다.
세 번째 쪽지는 집 앞 우편함에 있었다. "어제 밤 파란 잠옷이 귀여웠어." 손가락이 떨렸다. 내 잠옷을 어떻게? 창문을 닫지 않은 건가? 민준이 이런 식으로 관심을 표현한다고? 이상했지만, 로맨틱한 영화 속 설렘을 기대했던 나는 그저 썸의 강도가 높아진다고 착각했다.
네 번째 쪽지는 내 베개 밑에서 발견했다. "너의 잠자는 숨소리는 천국의 멜로디 같아." 손에 쥔 종이가 얼음장처럼 차갑게 느껴졌다. 심장이 멎는 듯했다. 누군가 내가 자는 동안 내 방에 있었다는 생각에 몸이 굳었다. 문과 창문은 분명 잠갔는데.
떨리는 손으로 민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내게 쪽지 같은 거 보낸 적 있어?" 그의 혼란스러운 목소리가 공포심을 확증으로 바꿨다. "무슨 쪽지? 난 그런 적 없는데?"
그날 밤, 베개 밑에서 또 다른 쪽지를 발견했다. "내가 민준이 아니란 걸 알게 되어 아쉽구나. 하지만 괜찮아. 우리 썸은 이제 막 시작이니까." 창문을 확인하러 가는 내 발걸음은 공포로 무거웠다. 아니나 다를까, 살짝 열린 창문 틈으로 차가운 밤바람이 스며들었다.
사실 이게 처음은 아니었다. 2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때는 진우라는 남자애였고, 역시 쪽지로 시작됐다. 그리고 끝은... 방 안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숨이 멎었다. 창문을 닫았다고 확신했는데. 돌아보기도 전에 알았다. 내가 진우에게 했던 것처럼, 누군가가 나에게 "썸"이라는 이름의 공포를 선사하고 있다는 것을.
내 침대 옆 협탁에서 작은 종이가 바람에 살짝 흔들렸다. 새 쪽지였다. "우리 게임의 규칙을 잊었니? 공포를 느끼는 쪽이 지는 거야." 그때 깨달았다. 이번엔 내가 먹이가 되었다는 것을. 창가에 서 있는 어두운 형체가 천천히 뒤돌아보았고, 달빛에 비친 그 얼굴은 2년 전 사라졌다고 믿었던 바로 그 얼굴이었다.